내수부진과 구조조정 지연으로 적신호가 켜진 한국경제
녹록지 않은 대외여건에도 반도체 비롯 수출 버팀목 역할
신성장 동력 확보 위해 산업생태계 조성과 공쟁체제 이뤄야

▲ 한국경제가 재도약을 위해서 기성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뉴 ICT와의 융합이라는 이중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번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서 SK텔레콤 전시 부스에서 모델이 5G 기반의 커넥티드 카 'T5'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깜빡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4월 위기설의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나고 있다. 우선 수요측면에서는 1344조에 달하는 가계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를 상회, 가계소비를 짓누르며 심각한 내수경기 위축을 불러 오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 60%를 넘으면 소비에 악영향을 주고 80%를 초과하면 성장률을 하락시킬 위험이 높아진다.

◇ 가계부채로 내수 침체…경제 리더십 부재로 구조조정 지연

공급측면에서는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3일 5조8000억원의 유동성 지원 결정을 받은 것을 비롯해 수년째 수조원의 지원을 받았지만 여전히 '혈세 먹는 하마'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호타이어 매각도 갈피를 못 잡고 우왕좌왕하며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정치·경제를 강타한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파면되고 조기 대선이 진행됨으로써 정치적 불확실성은 조금씩 해소돼 가고 있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체제의 태생적 한계성과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경제리더십이 맞물리며 정부 부처간·정부와 민간 금융기관간 손발이 맞지 않아 경제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 미국 보호무역주의·중국 사드 보복 금한령으로 경제성장 위축 예상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전통적인 우방으로 자유무역의 리더였던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하며 공공연히 한미FTA 재협상을 거론하는 등 자유무역의 문호를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의 금리인상과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지정도 위험요소로 잠재하고 있다.

지난 십 수 년 간 우리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했던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발표 이후 금한령(禁韓令, 한국산 물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금지하는 중국정부의 조치)을 통해 국내 기업의 중국 내 영업 활동과 수출을 옥좨 우리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번달 중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3.0%로 예측했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로 낮췄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도 지난 1월 당초 전망치 2.8%에서 2.5%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추가적으로 0.1%포인트∼0.2%포인트 정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보다 더 비관적인 흐름이 강하다. 기관별로 당초 예상치보다 적게는 0.5%포인트에서 많게는 1%포인트까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국경제가 재도약을 위해서 기성산업의 구조조정과 함께 뉴 ICT와의 융합이라는 이중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번달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7'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내방객이 가상현실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반도체, 슈퍼 호황으로 수출 버팀목…성장잠재력 평가 산업응집력 지수는 후퇴


다행히 수출이 부진한 내수를 보완하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수출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늘어난 데 이어 이번달에도 계속 증가세이다. 전통적인 효자 종목인 반도체 경기가 '슈퍼 호황' 국면에 접어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산업 부문 중심의 기형적인 발전은 우리 경제의 장기 체력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라는 분석이다. 26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수출 빅데이터를 이용한 한국 산업의 경쟁력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산업의 성장잠재력을 판단할 수 있는 산업응집력 지수 순위는 21위에서 25위로 하락했다.

어느 수출상품 주위에 다른 경쟁력 있는 상품이 얼마나 밀집돼 있는가를 나타내는 산업응집력 지수는 산업간의 연계성, 미래 성장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다. 우리나라는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지만, 그 성과가 다른 유망한 산업으로 전파·확산되지 못하면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 미래 먹을거리 AI, IoT, 빅데이터 기반 4차 산업혁명 성공위한 산업 생태계 조성 필요

이에 우리나라가 앞으로 미래의 먹을거리 산업인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과 기술력을 보유한 글로벌 대기업뿐만 아니라 신선한 아이디어와 창의력으로 무장한 벤처·스타트업 기업(초기 창업기업)이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우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생태계는 개별 업종이나 산업의 발전과 함께 전체 산업이 균형을 이루면서 시너지 효과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업생태계를 파괴하는 좀비기업의 퇴출은 촉진하되 신생기업의 도전을 장려하는 기업정책으로 기업의 역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성산업의 구조조정과 뉴 ICT와의 융합이라는 이중과제…국가간 공존협력과 경쟁의 이중주

산업화 선진국의 앞선 기술과 제품을 발 빠르게 모방하고 개선해서 따라잡는 '추격형(catch-up)' 성장전략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한국경제는 지금 '선택과 집중'에 따라 부실기업은 신속히 솎아냄과 동시에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기성산업을 융합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내야 하는 이중과제 앞에 서 있다. 또, 지역적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산업경쟁력을 우리의 것으로 내재화해서 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아시아·중남미 시장에서 활용하는 공존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이중주, '공쟁(Co-petition)'의 새 장을 열어나가야 한다. 한국경제가 과거에 그러했듯이 지금 눈앞에 맞닥뜨린 위기도 과감한 도전과 역동성으로 극복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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