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저널리즘의 등장…생존기로에 선 종이신문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오늘날 미디어 업계에는 전에 없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마치 지켜야 하거나 지키고 싶은 가치를 가득 싣고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돛단배와 같이 갈 길을 잃은 모습이다. 긴 여정을 떠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짐만 실어야 한다. 어떤 가치를 포기할 것인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 했다.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양의 정보가 전 세계를 오고간다. 기술발달은 저널리즘을 비롯한 미디어 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창구를 통해 전에 없던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유포된다. 민영목 원광대학교 교수는 "예전 '소식'이란 말에는 '기다림'의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현관문 앞에 툭 떨어지는 신문을 기다리면서 이른 아침을 맞이하곤 했다"며, "이제는 더 이상 소식이 우리를 찾아오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는 소식이 도처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기사생산방식과 목적까지도 뒤바꾸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산업이 어떻게, 얼마나 변화할 것인가 하는 논의는 한 번에 언급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다. 이번에는 저널리즘의 디지털화와 로봇 저널리즘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에 대해 살펴보겠다.

◇ 저널리즘,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남기

인터넷 발달로 기성 신문사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초로 인터넷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은 중앙일보다. 중앙일보의 조인스닷컴을 시작으로 주요 언론사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후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영향력이 커지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로 이용자가 몰리면서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뉴스 소비가 주로 포털이나 SNS와 같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이뤄지자 종이신문의 생존이 위태로워진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많은 신문사들이 자사의 콘텐츠를 보기 편한 카드뉴스나 그래픽뉴스, 만화, 동영상 등으로 재생산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도 최근 뉴스의 시각화를 강화하고 있으며, 실시간 뉴스의 타임라인화, 터치 뉴스 등 모바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카드뉴스를 모아둔 '스낵' 서비스를 선보였다. 한국일보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플레이한국'이란 디지털 비디오 채널 운영을 시도했다.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의 '스브스 뉴스'도 혁신의 결과물이다.

◇ 인공지능 도입…저널리즘의 개인화

지난 1월 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인공지능(AI)·로봇 대체 가능성 높은 직업군을 알아보기 위해 국내 AI·로봇 전문가 21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지난해 기준 국내 전체 직업종사자 중 12.5%는 이미 AI와 로봇으로 대체 가능한 업무에 종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2020년에는 41.3%, 2025년엔 70.6%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내 직업종사자 수는 2659만 명으로 2025년이면 약 1877만 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저널리즘도 예외는 아니다. 로봇 저널리즘은 컴퓨팅 기술에 의한 알고리즘이 개입되는 저널리즘으로 정의할 수 있다. 뉴스 작성, 가공, 가치 판단 등 사람들이 해오던 일을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급되는 로봇 저널리즘이란 알고리즘에 의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현재 로봇 저널리즘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분야는 데이터 값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분명한 금융, 증권, 스포츠, 기상 등이다. 이런 예측성이 강한 기사의 경우, 로봇이 작성할 때 훨씬 빠를 뿐만 아니라 정확도도 높다. 노동력이 적게 들면서도 양질의 기사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은 언론사에게도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를 인식한 해외 언론사들은 이미 AI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다. AP통신은 분기 3000건 이상 실적 정보를 로봇 저널리즘으로 대체하고 있으며, LA타임즈는 퀘이크봇을 적용, 지진을 자동 감지해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뉴욕타임즈도 로봇 저널리즘인 스텟멍키를 활용중이다.

지난 3월 10일 열린 '4차 산업혁명과 미디어의 미래' 세미나에서 엄호동 미디어디렉션 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 체제의 뉴스 미디어 기업에게 생산비용 절감은 매우 현실적인 생존전략"이라며, "이 과정에서 로봇 저널리즘 등 AI를 활용한 미디어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에 AI가 도입되면서 저널리즘의 개인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엄 연구소장은 "지금은 독자가 기사를 패키지로 소비하지만, 앞으로는 위치정보, 관련 동영상, 이미지, 글이나 문단, 그래픽, 차트 등 다양한 메타데이터가 등록된 콘텐츠들이 조각화 돼 개인 맞춤형 콘텍스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조영신 SK연구소 박사는 "아직 AI 발달이 완전한 개인 맞춤형 기사를 제공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며, "그 전 단계는 특정 주제를 키워드로 입력했을 때 관련 기사를 AI가 분류해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 정보소비의 편향성, 심각하게 고민해야

미디어의 디지털화와 로봇 저널리즘이 비용 절감, 정확성 향상, 콘텐츠 다양화 등 미디어 산업계에 적잖은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이다.

일단 로봇 저널리즘의 토대가 되는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과 미디어의 미래' 세미나에서 AI 전문가이기도 한 김민규 POSCO 정보기획실 차장은 "인터넷 발생 소셜 데이터 중 60% 이상은 의미 없는 데이터로 정작 산업, 경제, 사회 분야의 중요한 데이터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AI에 훈련시킬 만한 의미 있는 데이터 마련에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알고리즘의 신뢰성도 꾸준히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기사 작성 알고리즘 전문가들은 "로봇 저널리즘이라도 완전한 정확성을 가진 것은 아니다. 기술적 한계로 놓치는 정보가 발생하거나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정형화된 데이터들이 보여줄 수 없는 부분, 알고리즘의 객관성 등도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보 소비의 편향성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온디맨드 서비스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교훈하는 언론의 기능을 현저하게 퇴색할 수 있다.

이런 장단점을 등에 업은 수많은 논란에도 분명한 것은 저널리즘에도 4차 혁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민영목 교수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대한민국 위에 멈춰있는 것 같은 정지위성이 사실은 지구 자전 속도에 맞춰 끊임없이 돌고 있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속도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야 겨우 제자리걸음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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