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초 정경부 국장대우

미국의 전설적 록밴드 ‘이글스’의 돈 헨리는 ‘레인보우’의 리치 블랙모어나 ‘스모키’의 크리스 로만만큼의 실력파 뮤지션이다. 1976년에 작사까지 하고 허스키하게 노래를 불러 젖힌 그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요즘 한 달여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과 함께 오버랩 된다. 이 곡은 환각에 빠진 듯 신들린 조 월시와 돈 펠더의 환상적인 트윈 기타연주가 심플하게 이어지며 묘하게 사라지는 것이 매력적이다.

거기다 연주에 버금갈 만큼 묘하게 철학적인 가사내용들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노래가사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she said ‘We are all just prisoners here, of our own device’.”
“그녀가 말했어. 이곳에서 우린 모두 우리가 만들어낸 도구(?)의 노예가 되어 버리죠.”

결국 도구 안엔 인간의 탐욕이라는 욕망의 열차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도 인상적이다.

“You can check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원하실 때는 언제고 떠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길들여진 속물, 당신은 절대로 떠나지는 못할 겁니다.”

나라님의 공백으로 어수선한 작금의 대한민국. 2017년 봄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지독한 국정혼란으로 세월호 만큼이나 참담하게 다가왔다.

섹시한 색소폰의 유혹에 이어 시원스런 기타연주와 드럼 소리로 시작하는 ‘호텔 캘리포니아’는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간절한 음률 속에 ‘체념’을 심어놓은 듯하다. ‘우린 절대로 유혹과 절망이 교차하는 경제의 현실을 벗어나진 못한다’라고. 1960년대 중반 세계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소련과 중국을 기준으로 냉전시대에 함몰되던 시절이다. 세계는 강국들의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시끄러웠다. ‘비틀즈’의 존 레넌이나 ‘로드 아웃 스테이’란 곡으로 반전운동에 앞장섰던 잭슨 브라운과 함께 대표적 평화주의자였던 ‘이글스’ 멤버들은 40년 전에 이미 인간의 삶을 ‘도통’했을지도 모른다.

우리 현실의 삶은 위정자들의 탐욕과 억세게 혼탁한 미세먼지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차라리 마음 이끌리는 대로 훌쩍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배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드럼 치며 노래하는 요상한 ‘이글스’ 리더 돈 헨리 무대로 달려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지금쯤 호텔 캘리포니아의 말끔한 빈방과 로버타 플랙의 음악이 벌써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017년 봄 초입에선 혼돈의 대한민국. 하루 빨리 방향성을 잡고 이끌어 주길 바랄 뿐이다. 어디로 든 떠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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