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교모해지는 부정시험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 취업을 준비하는 P씨는 오늘도 토익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위해 필수적인 요소로 생각하는 토익점수. 학원을 오가고 밤을 새워 공부를 해도 900점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스펙위주 사회로 변하면서 토익 대리시험도 덩달아 판이 치고 있는데요. 일간투데이에서 토익 대리시험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수는 135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경기불황으로 인해 기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대기업들도 신입채용 규모를 축소되거나 유지수준에 그치자 더 좁아진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취준생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지원서류에 학점, 어학점수 등의 학벌이나 스펙을 보지 않겠다는 ‘무스펙‘,’탈스펙‘으로 채용제도 변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취준생들은 ’별 차이 못 느낀다‘며 여전히 스펙 쌓기에 연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서울의 M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씨는 “기업들이 스펙을 안본다고 하지만 취준생 사이에선 아직도 고스펙이 합격하는 데 유리하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주위 친구들만 봐도 토익 학원에 공모전, 봉사활동을 찾아다녀 무스펙 전형이라는 채용변화에 실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습니다.

 

 

2009년을 기점으로 토익 부정시험에 첨단장비가 동원되고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토익위원회가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취업과 승진 등을 앞둔 부정행위자들도 필사적입니다. 

 

 

토익 대리시험은 한 편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합니다. 대리시험을 위해 기발한 장비들이 동원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 하나가 특수 제작한 외투에 스마트폰을 숨긴 후 시험장에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영어 고득점자가 패딩점퍼 속에 초소형 렌즈가 장착된 무선카메라를 숨기고 시험을 보는 것입니다. 시험문제를 푼 후 몰래 답안지를 촬영해 시험장 밖에 있는 사람이 의뢰한 사람들의 귓속에 넣은 초소형 음향수신기로 그 답을 전달받는 방식입니다. 귓속 깊이 집어넣어 고막의 진동을 이용하기 때문에 본인 이외에는 다른 사람들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습니다.

 

 

토익 대리시험 브로커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연락을 하게되면 시험절차에 대해 설명합니다. 절차는 먼저 선입금 200만원을 한 뒤 사진합성을 통해 신분증 재발급을 거치고 토익시험 신청을 하게 됩니다. 시험 당일날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나머지 금액을 입금하는 방식입니다.

 

 

대리시험에 걸리는 경우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현장적발 다른 하나는 사후적발입니다. 현장적발은 말 그대로 시험장에서 감독관에 의해 적발되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증명사진을 합성해 의뢰인과 비슷하게 만든 후 신분증 재발급을 통해 시험을 치르는 경우입니다. 이 과정은 동사무소 공무원이나 감독관 모두 소홀해서 별 무리없이 진행됩니다.

대리시험에서 위험한 부분이 사후적발이라고 합니다. 단기간에 성적이 급격하게 오르면 부정행위를 의심해서 답안지 대조를 하는데 전 시험 답안지와 대조할 경우 필적이 달라 걸리는 경우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토익시험 경험이 없다면 해당사항이 없습니다.

 

 

부산경찰은 취준생과 회사원 등 30여 명의 토익 등 영어시험을 대신해 원하는 점수를 받아주고 억대의 금품을 챙긴 외국계 회사 직원 김모씨를 구속했습니다.

김씨는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국내 명문 사립대를 졸업했습니다. 군복무도 카투사로 제대한 후 외국계 회사에서 높은 연봉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에 나섰습니다.

 

 

일부 토익 대리시험 브로커들은 ‘해외 원정 부정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감시가 느슨한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다 등이 타겟입니다.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경우 토익 시험을 한달에 한번 시행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하루에 두 번 볼 수 있고 점수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동남아 국가들은 토익 문제를 자체 출제하기보다는 한국 등에서 냈던 기출문제를 그대로 출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보니 해외 원정을 통해 고득점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입니다.

 

 

갈수록 교모해지는 대리시험은 시험 관계기관과 경찰의 분발이 요구됩니다. 이처럼 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으면 한국사회가 앞으로 나갈 수 없게 됩니다. 최근에 일어난 이화여대 부정입학 ‘정유라 사건’도 멍이든 사회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사회를 회복하기 위해 부정행위의 처벌과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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