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혼인건수 최저치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결혼하고 싶지 않다”며 비혼을 선언하는 비혼족(非婚族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면 경제적 부담과 육아 문제로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인데요. 일간투데이에서 늘어나는 비혼주의자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사회생활 5년차인 직장인 A씨는 주변지인들에게 자신이 비혼주의자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이전에 평범하게 연애도 하고 결혼에 대해 깊게 생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경제적 부담이 크고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될 것 같은 두려움에 비혼주의를 선언한 것입니다.

실제로 봄철 결혼 시즌이 돌아왔지만 혼인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인구동향에 따르면 연간 혼인 건수는 2001년 32만9100건, 2013년 32만2800건, 2016년에는 28만1600건으로, 1974년 25만9600건이 집계된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2016년 9월 마크로밀 엠브레인 트렌트모니터는 ‘비혼 문화 인식’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미혼자 10명 중 7명은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비혼족에 대한 평가는 이해가 된다(68.3%), 남일 같지 않다(63.6%), 공감이 간다(60.8%)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반면 답답하다(3.4%), 한심하다(2.3%) 등 부정적인 의견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3년간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약 4억 건의 글 중 ‘혼자’라는 단어와 함께 쓰인 말을 분석했습니다. 2013년까지는 ‘혼자여서 힘들다’가 1위였지만 2014년부터는 ‘혼자라서 좋다’가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솔로를 선호하는 이유는 홀로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취미 생활의 폭이 넓어진 덕분이기도 합니다. 혼자 영화 보는 건 물론, 혼밥, 혼술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실제로 혼술 족들이 늘어나면서 술집들도 사라져가고 있는데요.

11일 국세청의 생활밀접업종 사업자 현황을 보면 올해 1월 전국 일반주점 사업자는 5만5761명으로 1년 전(5만9361명)보다 6.1% 감소했습니다. 이는 1년 만에 3600개 감소한 것으로, 하루 평균 10곳 가량이 폐업한 꼴입니다.

#지난해 결혼을 한 B씨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친구들에게 청접장을 보낼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결혼 소식을 숨길 수도 없고 비혼족인 친구에게만 축의금을 받지 않기엔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축의금을 받더라도 어떻게든 돈을 돌려줘야한다는 부담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비혼족이 늘어나면서 축의금을 회수하는 비혼식도 생겼습니다. 비혼식은 지인들을 초대해 ‘결혼하기 않고 살겠다“는 것을 선언하며 축하하는 기념식입니다. 이때 지인들로부터 선물이나 축하금을 받으며자연스럽게 그동안 냈던 축의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비혼족들이 늘어난 이유는 ‘결혼 = 희생‘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결혼으로 많은 것을 포기하기보다 사회인으로서 인정받고 일에 충실한 편이 낫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트렌드모니터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1인 가구 10명중 4명이 결혼 자금이나 혼수, 집 마련 등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주택’ 문제인데요. 20~30대가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12년 이상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한다는 통계치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결혼을 선택으로 여기는 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고 우리 사회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노후에 혼자서는 외롭다”, “젊으니까 그렇지 나중에 후회한다” 등 주변에서 걱정어린 눈으로 보는 사람이 많은데요.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것에 아끼지 않으며 절약 보다는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현상도 이제는 존중해줘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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