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인은 사회적 의사소통 및 상호작용에 결함을 가지고 있으며,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의 행동을 보이는 특성을 지닌다. 지니(가명, 필자의 자녀)가 아스퍼거인 임을 확인받기 이전 최종장애진단명은 자폐성장애였다.

고유의 표현방식과 소통체계를 가지고 있으나, 일반인이 다수인 세상에서 장애라고 인정받고 있는 아스퍼거인은 세상과 마주하면서 소통의 어려움으로 혼란스런 시간을 보낸다. 자폐스펙트럼의 연속선상에 있는 아스퍼거인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연구나 교육은 다수인 일반인의 기준에서 선정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결함과 맞서게 한다.

부모나 교사는 아스퍼거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본적이 없는 외부인이다. 어쩌면 이 외부인들은 그들의 삶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필자는 그들로 하여금 결함과 마주하게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소통이 어려운 그들의 고유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즉, 자신만의 ‘비밀장소(Secret Place)’를 찾아주고 그 속에 머무르며 스스로 회복해, 세상에 나아갈 힘을 비축할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안정된 자기만의 장소에서 자기 세계를 구축하며 천천히 스스로 성숙하며 성장해 갈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사적인 장소(Private Space)'가 필요하다. 일반인들만이 아니라, 장애인 역시 사적인 공간과 내면의 성숙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한 공간과 시간을 통해 장애인도 자신의 진로를 찾아갈 수 있고, 교육적 체험과 사회문화적 배경의 영향 아래 삶의 모습이 변화해 간다.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새로운 이야깃거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장애인에 관한 관점은 주로 한계점에 중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선천적으로 지닌 한계점에 모든 삶을 집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계점 극복이라는 적극적인 목적 없이 자신의 소질과 특성 개발을 통해 자연스럽게 삶을 영위해 나간다.

필자는 지니의 성장과정에서 가졌던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23년간 지니의 성장과정에서 모아놓은 그림, 사진, 일지, 메모, 서류 등 기타 자료들의 이미지를 활용해 개인의 삶을 그려내는 생애포트폴리오를 만들었다. 장애아 개인의 삶은 혼자의 삶이 아닌 부모나 보호자와 함께 하는 삶이다. 생애포트폴리오에서 그려지는 필자와 지니의 삶의 맥락을 토대로 내부자의 관점에서 특수교육현장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런 사례를 통해 이 길을 걷고 있는 특수교육 관련 종사자나 유사한 상황에 있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그들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주고자 한다.

정은미 한국장애인가족문화연구소장·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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