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어 표현 중에 '이끼가네(いきがね, 生金)'라는 말이 있다. 반대말은 '시니가네(しにがね, 死金)'이다. 한자 단어 그대로 우리말로 풀어 옮기면 '산 돈'과 '죽은 돈'이 된다. 무기물인 돈에 어떻게 생명이 있단 말인가. 사전에 나오는 뜻풀이에 따르면 이끼가네는 보람 있게 쓰인 돈이고 시니가네는 보람 없이 쓰여서 낭비되는 돈이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그에 따른 결과물에 따라서 돈의 생사, 가치 유무가 판가름나는 것이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출시했던 갤럭시 노트7이 배터리 발화로 조기 단종되면서 스마트폰 명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심하게 낸 이래로 상당히 어두웠던 고 사장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기가 돌았다. 더 나아가 고 사장은 일각에서 제기된 갤럭시 노트 브랜드 폐기에 대해서도 새로운 브랜드네임 확립의 어려움을 들며 계속 유지해 나갈 것임을 강력히 천명하기도 했다.
이런 흥성거림과 달리 갤럭시S8의 세부적인 내면은 아직은 100% 완벽한 모습이 아니다. 단적으로 처음으로 탑재된 인공지능 빅스비는 그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음성언어지원이 미흡해 21일 국내 출시 이후 10여일간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 지문·홍채인식과 더불어 생체인증 트리플크라운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얼굴인식기능은 사진에 찍힌 얼굴에도 반응하는 등 기술적으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0나노미터 AP 장착을 통해서 용량은 전작에 비해 적되 효율은 높였다는 배터리도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모두가 위기였고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고 사장은 만년 숙적 애플과 후발 중국업체와의 지난 몇년간의 피말리는 경쟁을 이렇게 회고했다. 이어서 고 사장은 갤럭시 노트7 조기 단종으로 산술적 비용뿐만 아니라 브랜드네임 훼손 등 적잖은 비용을 치른 점을 거론하며 "비용은 반드시 투자로 전환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갤럭시노트7 조기단종으로 발생한 비용이 단순한 매몰비용 죽은 돈이 될 것인지, 미래를 위한 투자비용 산 돈으로 부활할 지 갤럭시S8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욱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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