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이끌 자질과 역량 평가
물론 후보자별로 주어진 발언 시간의 총량(18분) 내에서 사회자 질문에 답변하고 다른 후보자와 자유토론을 벌이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들 토론회에는 후보 5명이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 형식과 내용 모두 문제가 있다. 후보들에게 평등한 선거운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이지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주요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 중구난방 식 토론으로는 주요 후보 간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국정 비전과 정책뿐 아니라 식견·품성·성격 등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검증의 효율을 더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유력 후보만 참여하는 토론회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득표율 15% 후보는 법정 한도 내 선거비용 전액을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 주는 만큼, 지지율 15% 이상 후보끼리의 ‘끝장 토론’을 긍정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선 어렵다면 차기 대선을 위해서라도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
후보 5명 가운데 문·안 두 후보가 지지율 1·2위를 다투는 가운데 나머지 세 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후보 3명의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 판세는 문·안 후보의 양강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유권자의 관심도 두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두 후보가 일대일 맞장토론을 가져 도덕성과 정책, 비전 등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겨룰 필요가 있다. 유권자는 옥석을 분명히 가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우리라고 미국식 TV토론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세종대왕 같은 창의·애민 지도자
대선 후보 TV토론 정치가 가장 활성화된 나라는 미국이다. 2012년 11월 열린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미트 롬니 공화당 후보가 출연한 TV토론은 매회 5000만~6000만 명이 시청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었다. 미국 TV토론회는 주로 정책적인 이슈를 두고 이야기가 오가는 반면, 국내 TV토론은 정치 공방으로 흐르는 경향이 강하다. 미국에서는 존 F. 케네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등이 TV토론을 통해 대선의 주도권을 잡았다. 미국 이외에도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은 TV토론을 통해 대선 후보를 집중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국내에는 1997년에 대선 후보자 간 합동 TV토론이 공식적으로 도입되됐데, 12월에 중앙선관위 주최로 세 번의 TV토론이 열렸다. 당시 평균 시청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과정에서 TV토론에서 선전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2002년에는 노무현ㆍ정몽준 후보가 단일 후보 결정을 위해 TV토론을 벌였다. 이어 이회창ㆍ노무현 후보 간 TV토론에는 처음으로 후보자 간 상호 토론 방식이 도입됐다. 토론을 통해 국민은 ‘누가 국가를 이끌 지도자’인지를 명쾌하게 분간할 수 있다. 국가 비전이다. 그렇다. 지도자는 무릇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와 외교안보, 교육, 문화 등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국내외 여건을 만들고, 국민 삶의 질을 제고하는 등 나라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TV토론에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5월 9일, ‘성군 세종대왕’ 같은 창의·애민의 21세기 비전을 제시하는 19대 대통령을 제대로 뽑자.
황종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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