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준에 맞춘 우리나라 은행의 생산성 향상이 요청된다. ‘스마트 뱅킹’ 시대에 영업력 , 효율적 경영, 금리, 서비스 제고 등을 통해 경쟁력 제고는 필수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등 금융 당국에 따르면 미국 등 10개 주요국 은행원의 평균 연봉을 각 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대비해 우리나라는 200% 정도로 조사 대상 10개국 가운데 중국(214%)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 미국 은행원의 평균 연봉은 5만4760달러로 우리나라 은행원과 비슷하지만, 미국의 1인당 GDP(5만4412달러)가 우리나라의 2배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은행원들이 미국 은행원 연봉의 두 배 가까이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생산성 저조의 원인(遠因)은 국내 은행들의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 행태를 보이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대출 기준금리는 하락하는데 국내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 비중을 크게 늘린 게 단적 사례이다. 대출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부분) 손실을 메우려고 은행들이 고객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현실이기에 설득력 없는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은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던 것이다. 마침 오는 5월부터 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려면 내부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도록 규칙이 바뀐다. 또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공시할 때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우대금리, 최종금리로 구분해 밝혀야 한다. 만시지탄이다.

은행연합회는 최근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과 '은행상품 통일공시기준'을 개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가산금리는 은행별로 목표이익률, 업무원가,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정하기 때문에 은행 마음대로 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오던 터다. 가산금리 인상의 합리적 준칙을 기대한다.

국내 금융권이 월가보다 경쟁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 은행들은 글로벌 투자에서 30% 이상 이익을 내는 반면 국내 은행은 제로 실적에 가깝다. 오로지 서민과 중소기업을 상대로 이자와 수수료를 뜯어내 이익을 내는 구조다. 금융권이 정신 차려야 한다. 글로벌 시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패망’의 길로 가는 게 기업 및 금융 환경이다. 한국씨티은행이 전체 영업점(지점)의 80%를 줄이기로 한 결정은 단적 사례일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비대면 금융거래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시대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혁신을 단행한 것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학계 등이 글로벌 기준에 맞는 은행 생산성 극대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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