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 규제없는 브라질광고 독창성 주목
광고는 문화의 총체다. 광고에는 경제와 과학 뿐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 라이프스타일까지 모두 녹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광고산업을 관장하는 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라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다. 한 나라를 지배하려면 그 나라의 문화를 지배해야 한다. 일본이 우리 민족정신 말살정책을 폈을 때도 우리의 언어와 문화를 먼저 말살하려 했다.
광고를 보면 그 나라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브라질 광고는 국제 광고사회에서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70년대와 80년대에 칸 국제광고제 등 각종 광고제에서 브라질 광고가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작년 6월 18일부터 25일까지 프랑스 칸에서 열린 2016 칸국제광고제에는 총 4만 3천 101개의 광고 작품이 출품됐다. 그 중 칸라이언즈 상을 받은 1360개의 광고 중 국가별로 브라질이 미국과 영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칸광고제에서 수상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영어라고 한다. 출품도 영어요, 심사도 영어요, 발표도 영어다 보니 영어 아니고는 도무지 소통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포르투갈어로 만들어진 광고가 세계 3위를 차지했다고 한다면 그 배경에는 독창성이 있다. 브라질 광고의 독창성은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의 독창성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광고제작 환경에서 거의 소재나 표현의 제약이 없다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치적인 것, 성적인 것 그리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포함된다. 브라질 사람들은 광고를 단순히 선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대하는 문화적 태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가 뿌리 깊이 박혀있어 성적이나 비윤리, 비도덕적인 표현은 규제 1순위다. 광고심의에서 통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운 좋게 심의를 통과했다고 해도 광고가 실리는 순간 소비자단체에서 문제 삼아 곧 바로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반면에 브라질의 경우 광고에서 규제 받는 주제는 전혀 없다고 한다. 브라질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모두 광고에 담을 수 있다.
■ 북한 경제개방되면 광고부터
광고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광고가 발달돼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북한에도 광고가 있을까? 물론 있다. 얼마 전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 컵 여자축구 예선전에 5만 평양시민이 모였는데 내 눈에 띈 것은 경기장 펜스에 붙어있는 광고였다. 룡악무역회사, 금강산화장품, 토성제약공장, 아침콤퓨터합영회사, 고려체육인종합식품공장 등 20여 개의 광고판이 붙어 있었다. 비록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하다 할지라도 북한에도 엄연히 광고가 존재한다. 광고는 그 시대 그 문화를 대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양 거리를 다녀보면 평화자동차 등 몇몇의 국영기업 광고간판을 제외하면 길거리에 붙어있는 간판은 상업광고와는 거리가 먼 당 체제를 선전하는 구호 일색이다. 그렇게 본다면 김일성 경기장에 걸린 광고판은 다분히 TV 중계를 의식한 대외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북한의 TV나 평양신문 등에 일부 상업광고가 실리긴 하나 아직은 정보제공 차원이 대부분이고 아직도 크리에이티브 수준은 열악하다.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제일 먼저 광고 시장이 개방될 것이다. 통일은 갑자기 올 수도 있다. 광고인들은 이 때를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북한 매체에 창의성이 발휘된 상품 광고가 붙는 날 북한에는 진정한 자유 시장경제 체제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이정백 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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