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석 단국대학교 초빙교수

21세기는 산업화와 과학화로 빚어진 인간소외나 인간경시에 대한 반성으로, 인간존중의식을 크게 고양시키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인간존중의 윤리의식은 인간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인격을 존중하는 태도로 표현된다.

이와 같은 인간존중 문화의 성숙은 ‘자유’에 바탕을 둔 개인 중심의 가치관 확산과 삶의 질 추구의 기초가 된다. 개인중심의 가치관 변화는 개인적인 삶의 양태를 바꾸어 놓을 뿐 아니라 사회제도 전반에 걸쳐 변화를 초래하게 됐고 다양한 개성의 발현으로 금세기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창조적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틀을 제공하게 됐다. 즉 인간의 가치가 개개인의 다양성과 특성에 따른 능력으로 인정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적 약자의 대표격인 장애인에 대한 시대적 처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역사의 초기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관점은 장애인을 도덕적으로 신이 저주한 상태인 죄악과 추한 것에 관련시켰고, 18세기 중엽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장애를 규정짓는데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의료적 관점은 장애인을 치료의 대상으로 각인시켰으며, 19세기 말엽부터 대두된 사회진화론 혹은 우생학 관점은 장애인을 기능적 한계성과 연계시켜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는데 기여했다. 또 장애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반성으로 등장한 사회적/소수집단 관점 등에서 나타나는 가장 핵심적인 용어는 차별이었다.

특히 사회적/소수집단 관점은 장애를 사회적으로 형성된 현상의 일종으로 간주하고 장애의 문제를 장애개인이나 그 가족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를 만들고 규정하는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장애인이 차별받는 가장 큰 이유는 신체적․정신적 기능장애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요구를 실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장애와 관련된 문제의 핵심은 그 사회가 장애를 규정하는 방식에 있으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근원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적인 문화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장애인은 더 이상 절대적 기준적용으로 인한 차별적 구분의 대상이 아니라 다양하고 독특한 능력을 지닌 상대적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영위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적 의미가 강조돼야 한다.

IT혁명과 멀티미디어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로 수많은 문화적 현상의 상호교류와 전달이 가속화되는 이 시대에 장애인 스스로 사회· 문화와의 원활한 소통능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인간 가치가 개개인의 다양한 특성이 능력으로 인정되는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 장애인의 장애를 ‘장애’가 아닌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서비스나 시혜 차원의 대상이 아니라 개체적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자각하는 주체로서의 권리가 확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송석 단국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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