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은 시대정신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보여야 한다. 5월 9일 선거를 통해 대한민국의 명운을 좌우할 책임을 지겠다고 나섰으면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미래비전 제시, 도덕성, 성실함에 기반한 국민친화적 자질을 갖춰야만 진정한 대통령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국민적 기대감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국회에서 최초로 탄핵소추 되고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됨으로써 파면됐는가 하면, 급기야 ‘최순실 게이트’로 상징되는 국정농단의 공범 혐의를 받아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여준 행태에 대한 학습효과에 크게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수첩인사’ ‘지역편중 인사’ 등을 지양하고 국민통합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시대적 명제가 강조되는 시점인 것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지역주의에 의존해 표를 구하려는 속셈에서 지역갈등 유발 조짐이 일고 있어 우려스럽다. 대표적으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꼽을 수 있다. 홍 후보는 보수 우파의 결접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대선이 체제 선택의 전쟁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7일 대구에 이어 18일 부산을 찾은 홍준표 후보는 TK(대구·경북)는 뭉쳤으니, 이제 PK(부산·경남)가 뭉칠 때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1992년 대선 때 김기춘 전 법무부장관(현재 구속 중)이 부산 초원복국집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영남지역 결집을 위해 비이성적 지역갈등을 조장한 행태를 연상케 한다.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이번 대선은 보수 대 진보 공식이 깨지면서 과거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던 영·호남 지역 대결구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유세장에서는 한동안 잠잠하던 지역주의 망령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7일 전북 전주를 찾아 "안철수가 대통령이 돼야 전북 출신 인사가 차별을 안 받는다"며 `호남 차별론`을 쏟아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경북대 유세에 앞서 지원 유세에 나온 조응천 의원도 이날 경북 출신임을 강조하며 "왜 민주당이 전라도 당이냐, 국민의당이 전라도 당이다"라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은 겉으로는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지역감정을 부채질하기에 바빴다. `보수=영남, 진보=호남`으로 편을 가르고 정책보다는 지역색으로 표를 구걸해왔다. 그러나 특정 정당 깃발만 꽂으면 표를 몰아주는 후진적인 지역주의는 청산해야 할 구태 중 구태다.

19대 대통령 선거는 여러 면에서 국가의 새로운 진운(進運)을 가름할 ‘결정적 선거’다. 새 대통령은 탄핵사태로 인한 국가리더십 공백을 메우는 일이 급선무다. 갈라지고 흩어진 민심을 수습해 국력(國力)을 결집해야 하는 사명도 막중하다. 북한의 핵 도발 위협을 잠재우고 국가안보를 튼실하게 다져나갈 리더십은 필수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경제를 추슬러 새로운 도약을 이끌 비전과 추진력도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는 무릇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경제와 외교안보, 교육, 문화 등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도록 국내외 여건을 만드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망령처럼 되살아나는 지역갈등 조장 세력은 낙선 등 엄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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