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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필수 칼럼] 글로벌 물류대란의 교훈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허무하게 무너진 해운산업에 대한 신뢰의 벽이 물류대란으로 번지지 않을까 전국민이 노심초사다. 우리나라가 수출입국으로 성장을 이어왔던 것은 물류라는 주춧돌이 견고하게 받쳐주었기에 가능했다. 무역과 물류는 손등과 손바닥처럼 손이라는 하나의 실체가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것과 같다.

수출상품의 99.7%를 해상운송으로 처리하는 해양국가로 지형이 다져졌기에 해상운송 능력도 그에 걸맞게 발전해왔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세계6위, 한진해운, 현대상선 양대 정기선사는 세계 8위의 선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선박의 대형화, 중국 해운의 급성장, 해운선사의 합병, 해운경기의 부진 등으로 국제 해운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었지만, 항상 그랬듯이 한국인의 저력이 통하는 줄 알고 있다가 청천벽력 같은 예상들이 쏟아져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허망하게 무너져 국제적 신뢰를 잃어버렸고, 미증유의 국제 물류혼란은 우리 경제성장의 지평을 깨뜨리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었다.

■ 물류대란 가까스로 면한 한진사태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불안한 예상은 빗나가 물류대란의 태풍을 가까스로 피하고 안도의 가쁜 한숨을 쉬고 있다. 부산항의 환적을 비롯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줄지 않았고, 비록 대형 정기선사를 잃은 한국호 선대는 부분적으로 약화되었지만 원상에 비슷한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이처럼 불과 6개월 만에 세계 해운업계의 우려를 떨쳐버리고 기사회생한 저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그림자처럼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발전한 육상운송, 항만산업 등 국제물류 관련분야의 탄탄한 저력, 해운분야의 든든한 인맥의 뒷받침과 더불어 국제물류를 되살리려는 국민적 성원과 의지가 결합돼 위기극복에 전력투구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해운산업은 국제적 비즈니스의 대표적인 업종이다. 자국선으로 화물을 싣고 나가도 돌아올 때는 외국 화물을 싣고 와야 하기에 최소한 50%의 영업은 해외에서 이뤄진다. 한진해운은 매출액의 불과 15%만이 국내영업이었다. 따라서 해운업에서는 거미줄처럼 형성된 글로벌 네트워크와 이를 유지하는 무형의 인적 유대관계가 물적인 선박의 보유보다 더 중요한 몫을 차지하기도 한다.

■ 소탐대실 경험…위상 재정립 기회로

한진해운의 부도처리로 소탐대실의 쓰라린 경험은 우리에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깊은 상처가 됐다. 그러나 해상운임지수가 불안정한 가운데 선박의 대형화, 정기선 선사간의 합병, 해운동맹체제의 재편 등 국제해운시장의 빠른 변화 속에 우리의 대응도 주춤거릴 여유가 없다.

우선 실추된 국제적 신뢰를 회복해 정기선 시장에 건전한 주자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국적선대를 확충하는 방안으로 국내 신조선 발주를 확대해 비경제적인 용선운용체제도 점차 개선해야 할 것이다. 신설 해운회사는 한진해운에서 이탈한 유능한 인재를 흡수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국제 해운시장에서 재편되고 있는 해운동맹에 복귀해 첨예한 경쟁시장의 파고를 넘어야 할 과제 등이 산적해 있어 어느 때보다 지도력과 지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물류 혼란은 우리에게 귀중한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수출로 경제성장의 아랫돌을 괴고 있는 우리에게 글로벌 물류의 역할은 너무 중요하며 상처 난 글로벌 물류체제를 가능한 한 원만하게 복구하는 일이 첫 과제가 되고 있다. 부산항을 허브항만으로 삼아 운영하는 중국, 동남아, 미주노선의 정기선 항로가 한진사태의 상처 없이 정상적으로 복구, 유지, 발전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의 글로벌해운에 대한 너무 안이한 대응을 개선해야 하겠다. 그동안 규제개혁의 성과를 자랑했던 해운산업이지만 막상 어려움을 당하니 정부에서 지원해줄 방안이 신통치 않았음을 통감했다. 따라서 국적선대 확충을 위한 자금력 지원 등 정부의 복합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물류를 비롯한 물류활동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제고돼 경제활동의 최종 종결자로 물류대국의 위상을 신속히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정필수 한국종합물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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