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에 무너져도 침묵하는 선생님들

 

[일간투데이 황한솔 기자] 지난해 학교폭력 처리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교감을 흉기로 위협하는 일이 벌어졌고 여교사가 남학생에게 머리를 10여 차례나 맞는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빠뜨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점점 잦아지면서 교권상담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일간투데이에서 추락하는 교권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서울 A중학교에서 교사가 수업에 빠지고 담배를 피운 학생을 훈계했다가 되레 멱살을 잡히고, 급기야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경기도 B고등학교에서는 학생 5명이 수업시간 중 기간제 교사를 수차례 빗자루로 때리고 손으로 머리를 밀치는 동영상까지 촬영해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건을 맞은 교사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휴직에 들어가야 했지만 교권을 침해한 학생들은 학생인권의 보호 아래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사이 학교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한 교사가 3배나 급증했다는 통계가 발표됐습니다.

4월 11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 발표한 ‘2016년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 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사례가 57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009년 179건과 비교하면 3배가 늘어난 셈입니다.

교권을 침해한 주 가해자는 학부모입니다.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는 4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이사장·교장 23% 였으며 학생들에 의한 교권 침해는 10.1%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여교사나 경력이 낮은 교사 기간제 교사들이 교권 침해 대상에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권침해를 당한 교사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교권침해에도 덮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아 실제 교권침해 사례는 보고된 건수보다 훨씬 많은 것이라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학부모들은 교사가 아무리 나이가 어려도 자녀들 앞에서 모든 예의를 갖춰 대접을 했고, 그 모습을 본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스승을 존경했습니다. 심지어 교사의 지나친 체벌이 문제가 되기도 했었습니다.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옛말까지는 아니더라도 교사를 무시하고 폭행하는 행태는 사람의 기본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핵가족 시대로 접어들면서 자녀의 인성에 대한 교육은 실종된지 오래됐습니다. 학교 교육도 입시를 위한 지식위주의 교육으로 흘러가 인성교육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학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은 높아졌지만 대부분 하나 아니면 둘 뿐인 자녀에 대한 애정이 맹목적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교사를 무시하고 행패를 부려도 된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학부모나 학생들이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게 되고, 심지어 성희롱까지 일삼는 사례로 급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러니하게도 초중고 학생들의 희망직업 1순위는 교사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교사를 꿈꾸면서도 교사의 위상을 짓밟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직업만족도가 OECD회원국 중 최하위입니다. 또한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질문에서도 1위로 나타났고, 다시 직업을 선택한다면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한 질문에 3위로 집계됐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학생 징계 유형은 봉사와 출석 정지, 퇴학 처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퇴학은 고등학생에게만 내릴 수 있습니다. 의무교육 대상인 초·중학생은 심각한 교권침해 행위를 반복하더라도 최고 출석정지 처분까지만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퇴학 처분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 학생의 출석 정지만으로는 피해 교사들을 보호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입니다. 결국 교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피해 교사가 다른 학교로 옮기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교사들은 교권침해를 당하고도 묵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 2016년 6~7월 도내 초중고를 대상으로 1년간 교권침해실태를 조사한 결과 교권침해를 당하고도 묵인했다는 교사가 50.7%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를 묵인했다는 교사는 23.6%,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를 묵인하는 사례는 84.6%에 달합니다. 이는 교사로 법적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과 자신만 손해본다거나 시끄러워 지는 게 두려워 교권침해를 묵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들의 교권침해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을 판단해 ‘교원지위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교권침해 피해교원 요청 시 지도·감독기관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법률상 근거 마련 ▲교권침해로 인한 교원의 법적 대응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지원 절차를 법률에 규정 ▲교육활동에 방해한 학생을 강제전학 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입니다.

교권을 침해받으면서까지 굳이 교육에 애정과 정성을 쏟을 교육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는 곧 사실상의 교육 포기와 다름없는 것입니다. 

또한, 교직원들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명예퇴직을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학생들의 폭언과 폭행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해 학생지도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입니다.

온갖 수모와 폭행을 당하면서 교단에 서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고개 숙인 교사들의 서글픈 현실이 지속되지 않도록 교육부와 교총은 교권침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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