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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는 유력후보만 가려 1:1토론
도저히 당선가능성이 없는 후보까지 나와서 토론을 하는 것 보다는 유력후보끼리 토론을 하는 것이 유권자에게는 좋다. 누가 더 나은 후보인지 가려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가장 낮은 후보들이 가장 토론을 잘했다는 반응이 나오게 되면 유권자들로서는 헷갈린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지지율 최상위권 후보는 공격을 받느라고 정신이 없는 반면에 하위권 후보는 공격만 하지 공격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 ‘맞장 불리’ 1등후보…방송국 눈치만
필자가 1992년 관훈클럽총무를 맡았을 때, 14대 대선이 있었다. 이때 토론과 권력의 관계를 시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야당의 김대중 후보는 TV토론에 적극적이었으나 여당의 김영삼 후보는 아주 소극적이어서 토론을 성사시키는 데 애를 먹었다. 김영삼 후보는 관훈클럽 토론에만은 꼭 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선거일에 임박해서야 날짜를 잡을 수 있었다. 김 후보의 대선토론 출연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는데도 당시 CBS방송만이 유일하게 중계방송을 했다. 쟁쟁한 TV방송들이 있었지만 중계방송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당시 김영삼은 막강한 집권여당 민자당의 후보였고 지지율도 1위였다. 그러나 TV토론에서는 말솜씨가 뛰어난 야당의 김대중 후보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것이 관측이 많았다. 방송들이 이런 전후 사정들을 감안했을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다.
1등후보가 맞장토론을 피하려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상대보다 앞서가고 있는데 굳이 토론에 나가서 얻어맞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선 때마다 공화-민주 후보의 맞장토론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미국에서도 이런 전통이 확립된 것은 40년 밖에 안된다. 최초의 TV토론은 1960년 닉슨과 캐네디의 토론인데 전 미국에서 1억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려 대단한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그후에는 한동안 이런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가는 후보들이 2등과의 토론을 적극 기피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이 유리한 위치에서 재선에 나갈 때는 자신보다 열세인 야당후보와 굳이 토론대결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지금처럼 맞장토론이 당연한 관행으로 굳어진 것은 1976년 지미 카터와 제럴드 포드 TV토론 이후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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