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당선을 향한 후보의 철학과 이념, 후보 간 우열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3번째 기회였다. 문명의 이기인 TV가 주는 장점을 살린 선거운동이다. 출마 후보를 한 자리에서 비교·평가하는 방식은 유권자들이 일람(一覽)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원내 5당 후보가 모두 참여한 대선후보 합동토론회가 23일 밤 JTBC 주관으로 이뤄진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실망감이 작지 않다. 한낱 말싸움 수준에 그쳤다. 대통령 후보들이 갖고 있는 경제·안보, 교육,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핸 정확한 진단과 대안을 듣고 싶어 하는 유권자들의 실망이 크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 토론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과거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을 둘러싼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 토론의 다양성을 해쳤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오래 전 일을 재탕삼탕 끄집어낸 홍 후보도 마뜩찮지만 설득력 있게 답변하지 못한 문 후보 또한 실망이다. 차제에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11월 21일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전에 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의사를 타진했다며 그제 청와대 관련 문건을 공개한 데 대해 진실 규명 반드시 필요하다

문건에는 “남측이 반공화국 세력들의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 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으로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북한의 주장이 담겼다. 메시지는 그해 11월 20일 북한이 국가정보원을 통해 보낸 것으로, 싱가포르에 가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다고 한다. 송 전 장관은 북한의 메시지를 받은 뒤 정부가 최종적으로 기권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북한에 통보하는 차원이지 북한에 물어본 바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다. 이 점에 대한 증거자료가 우리도 있고, 국정원에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의 주장이 확연히 엇갈린다. 송 전 장관은 유엔 표결 전에 미리 북한에 의사를 타진했다는 반면 문 후보는 북한에 물어보기 전에 내부적으로 이미 기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송 전 장관의 주장과 관련해 “제2의 북풍공작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하고 새로운 색깔론 북풍공작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색깔론으로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문 후보는 확실한 물증이 있다고 밝힌 만큼 증거를 통해 진위를 가릴 책임이 있다.

한편 TV토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국정 비전과 정책뿐 아니라 식견·품성·성격 등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다. 검증의 효율을 더 높여야 한다. 그렇다면, 유력 후보만 참여하는 토론회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후보 5명 가운데 문·안 두 후보가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다. 유권자의 관심도 두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두 후보가 일대일 맞장토론을 가져 도덕성과 정책, 비전 등 국가지도자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겨룰 필요가 있다. 유권자는 옥석을 분명히 가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권리가 있다. 우리라고 미국식 TV토론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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