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정의연구소 대표

미세먼지란 아침에 출근하면서 거의 매일 볼 수 있는 뿌연 하늘. 그런데 우리는 이 미세먼지의 성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학문적으로 100나노미터 이하의 미세먼지를 초미세먼지(UFP, Ultrafine Particle)로 정해놓아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먼지도 미세먼지로 부르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2.5마이크로 이하인 먼지를 초미세먼지로 부르고 있다.

미세먼지를 미세분진이라고도 하는데 미세분진은 일반적으로 인위적인 공해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신체에 위험하다. 크기가 작아 호흡기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입자의 크기가 작을수록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연구결과에 의해 1997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환경 기준이 설정됐고, 미세먼지는 이름과는 별개로 일명 가장 몸에 해로운 미세먼지라고 알려져 있다.

■ 측정농도 韓서 ‘중간’이면 日선 ‘나쁨’

미세먼지의 원인을 밝히는데 있어 미세먼지의 농도 외에도 세부적인 구성 성분을 알아야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추정 가능하다. 어디서 어떻게 미세먼지가 만들어졌는지 역추적을 통해 연구, 분석 또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내용조차 발표도 없고 또 발표되더라도 측정오차 등의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공개한다. 여기서 측정오차란 민가와 멀리 떨어진 산 속이나 높은 건물 옥상에 설치된 경우가 허다해 실제와 비교해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또 10m~20m 높이 공공건물 등의 옥상에 미세먼지 측정기를 설치한 경우들도 많은데, 사람 키를 고려하면 지상 1~1.5m 사이에 비산하는 미세먼지를 측정해야 호흡기로 마시는 수치가 정확하다. 그러나 측정소의 절반 이상이 10m 이상 높이에 설치돼 있어 실제 느낄 수 있는 것과 다르다.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미세먼지 크기인 PM2.5에 대한 문제가 커졌는데 미국, 호주,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PM10보다 훨씬 입자가 작은 이 PM2.5에 대한 경보를 일찌감치 마련해 방송, 신문 등 언론에서 크게 다루고 있다. 한국은 2014년 5월부터 PM2.5에 대한 예보를 수도권에서 시범 실시하고 2015년부터 전국으로 초미세먼지 예보를 확대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지역(수도권도 포함)은 PM2.5 계측 장비가 설치돼 있지 않아 PM2.5의 현황을 알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 정확한 계측정보 공개땐 국민 불안?

더 우스운 것은 한 방송국 취재진이 국립환경과학원에 “왜 측정하고 있는 모든 자료를 공개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을 했더니 “모든 데이터를 공개하면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 부추길 수 있다”라고 답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농도 ‘적음’은 한국에서는 ‘중간’, 일본에서는 ‘많다’라고 발표한다.

무엇이 문제일까? 환경부에서 일을 안 하던지, 아니면 발표를 안 하던지 아니면 아예 모르는 것인지 미세먼지 수치라도 알아야 국민이 대처할 것이 아닌가? 마스크를 쓰든 외출을 하지 말든 말이다.

지난 4월10일 경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화학물질이 유해하다고 판정 나면 기업은 해당 화학물질을 사용할 수 없고 대체물질을 써야 하며 유해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생산·수입하는 경우 제품 내 화학물질 총량이 연 1t을 넘으면 환경부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인데 이번 개정안 내용을 보면 △등록대상물질 대폭 확대(510종→7000여종) △등록의무 위반 에 대한 과징금 신설(매출의 5%) △신고의무 유해화학물질(800여종)을 위해우려물질 (1300여종)로 확대·변경 등을 골자로 한 화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신고 대상 확대에 대해서도 경총은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에 함유된 1300여종의 위해우려물질을 신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며 “이미 현행법상 신고 대상도 유럽(173종)보다 4.5배나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발표는 여러가지 검토한 내용도 함께 알려줘 법제정의 적정성을 알려줘야 하는데 그런 내용은 없는 것 같다. 환경부에서 편하게 일을 하려고 발표한 내용으로 생각된다. 위와 같은 내용은 면밀히 구체적으로 발표하면서 실제 국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정영복 사업정의연구소 대표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