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곽정일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한 19대 대통령선거 공식 TV 토론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오후 8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총 세 번에 걸쳐 열리는 TV 토론회의 첫 번째 주제는 `외교·안보·정치`였다. 하지만 외교 및 안보정책의 토론은 실종되고 네거티브 감정싸움만 후보 간에 이뤄졌다.

첫 번째 질문으로 채택된 `북핵 해법`질문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논란이 되고있는 `송민순 회고록`에 대해 구태의연한 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계속 말 바꾸기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고 문 후보는 "지난 2007년 11월 18일 회의에 배석한 비서관들의 녹취록과 함께 사실관계를 다 밝혔다"면서 맞섰다.

다시 발언권을 얻은 유 후보는 "문 후보의 발언이 거짓말로 드러나면 후보를 사퇴할 용의가 있는가"라며 "국회 정보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열어 국가 정보원과 청와대 자료를 다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색깔론을 극복하는 게 보수가 다시 태어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전형적인 안보장사"라고 유 후보를 질타했다.

최근 문제가 된 홍준표 자유한국당의 의원의 `돼지 흥분제 성범죄 모의 논란`도 도마 위에 올랐다.

홍 후보가 과거에 발간했던 자서전에서 하숙집 대학 시절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성과 연결해주기 위해 하숙집 동료들과 함께 돼지흥분제를 구해 그 친구에게 전달해줬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심 후보는 "국민여러분의 양해를 구하겠다"면서 "저는 성폭력 범죄를 공모한 후보를 인정할 수 없다. 홍 후보는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유 후보는 "돼지흥분제 사건은 강간미수 공범, 인권의 문제고 한국의 품격문제다, 홍 후보는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거들었다.

홍 후보는 이에 대해 "친구가 성범죄 기도를 막지 못한 책임을 느끼고 자서전에서 고해성사를 했다. 12년 전에 공개돼 고해성사까지 했는데 문제를 삼는 것은 좀 그렇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아예 토론 시작 전 홍 후보에게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책임을 져야한다. 홍 후보를 인정할 수 없으니 얼굴 보고 토론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토론 내내 홍 후보를 쳐다보지 않고 카메라만 응시하고 토론을 했다.

네거티브에 관한 충돌도 계속됐다. 홍준표 후보는 "위키리스크가 공개한 미국 대사관 문서에 의하면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후보가 일심회 간첩단 사건을 축소했다"고 주장하자 문재인 후보는 "문서에 적혀있다고 모두 사실이면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홍 후보 의혹도 사실이냐"라고 맞받았다.

홍 후보는 언성을 높이며 "성완종이 사면은 왜 문 후보가 두 번이나 해줬나 맨입으로 해줬나"라며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했고 이에 문 후보는 "그런 말 할 자격이 가장 없는 게 홍 후보"라고 선을 그었다.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에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안 후보가 문 후보에게 "왜 나를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라고 하느냐"라고 하면서 주제와 관련 없는 감정 충돌이 계속됐고, 문 후보는 가족 관련 각종 의혹 문제를 국회 상임위에서 해결하자는 안 후보를 향해 "저는 해명 끝났으니 저와 상관없이 본인이 하고 싶으시면 열심히 해명하시라"고 했다.

더 말을 이어가려는 안 후보는 `주제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사회자에게 발언을 제지당하기까지 했다.

이번 TV토론회를 지켜본 많은 시민들은 대부분 `제대로 된 정책토론은 없고 상호 비방과 감정싸움만 가득한 토론회, 실망스럽다`는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서울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밝힌 K씨(35세)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후보들 모두가 대한민국이 위기에 봉착했다고 하면서 정작 그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플랜은 밝히지 않고 남 헐뜯기만 집중했다"면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자영업을 하는 A씨(52세)도 "모두가 자신들이 서민 대통령이라고 하는데 대체 어딜봐서 서민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면서 "현실적이고 제대로 된 대안을 말하는 후보가 없이 자신의 행보는 생각도 안 하고 그냥 상대방 후보 깎아내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도 생각났다"고 혹평했다.

한편, 주요 5당 대선후보의 토론회는 오는 25일 오후 8시 40분에 JTBC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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