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자유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25일 저녁 JTBC와 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격돌했다.

그러나 앞서 가졌던 세 차례의 합동 토론회에서 보여주었던 것처럼 생산적 내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망감이 작지 않다. 한낱 말싸움 수준에 그쳤다. 대통령 후보들이 갖고 있는 경제·안보, 교육,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안을 듣고 싶어 하는 유권자들의 실망이 크다.

자유 토론의 주제는 '안보논쟁'과 '경제적 양극화 해소방안'이었다. 이에 따라 최근 불거진 '송민순 문건' 논란과 북핵 위기, 증세 등의 민감한 이슈를 놓고 각 후보가 정면충돌했다. 종전 토론처럼 외교안보 분야 토론에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겨냥해 과거 북한 인권결의안 기권을 둘러싼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여 토론의 다양성을 해쳤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이에 앞서 후보의 도덕성 문제부터 도마에 올랐다. 심상정·유승민·안철수 대선 후보는 지난 3차 토론회에 이어 이날도 홍준표 후보와 토론하지 않겠다며 후보직 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돼지흥분제로 여대생을 강간하려 했던 친구를 말리지 못했다는 자서전 내용을 볼 때 홍 후보가 사과한다고 해도 이는 인권 문제이고 국가지도자의 품격 문제이기에 즉각 후보를 그만둬야 한다는 주장들을 폈다.

TV토론 방식에 대한 개선 여론이 거세다.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국민 기대에는 못 미치는 자세다. 자기 할 말만 하거나 발언 순서를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끼어드는 등 토론 방해나 절차 무시도 비일비재했다. 또 하위 후보들이 토론을 주도하면서 1, 2위 후보 입장을 들을 기회가 적었다. 후보끼리 불필요한 공방을 하느라 토론이 산으로 가는데 이를 통제 못하는 토론 방식도 문제였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 토론회였다.

자질이 의심스러운 후보들의 민낯을 보여준 자리였다. 토론의 기본을 안 지키는 사람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토론 방식을 전면 재검토해 유력 후보만의 토론을 추가하는 등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토론에서 보듯이 1대1 맞장토론이다. 두 사람만 출마했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대선 때마다 보통 100명 정도가 출마선언을 하고 20명 정도가 후보등록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TV토론에 나오는 후보는 공화-민주 양당 후보다. 미국의 정당체제가 양당체제로 굳어져 있긴 하지만 미국에도 정당은 일일이 셀 수 없이 많다.

도저히 당선가능성이 없는 후보까지 나와서 토론을 하는 것 보다는 유력후보끼리 토론을 하는 것이 유권자에게는 좋다. 누가 더 나은 후보인지 가려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가장 낮은 후보들이 가장 토론을 잘했다는 반응이 나오게 되면 유권자들로서는 헷갈린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지지율 최상위권 후보는 공격을 받느라고 정신이 없는 반면에 하위권 후보는 공격만 하지 공격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도 이젠 유력후보의 의 1 대1 토론을 긍정 검토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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