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가
문득 부모님과 장인 장모님까지 4차례 환갑잔치를 했던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그 당시만 해도 제법 돈을 들여 제대로 된 행사를 치러내야 했다. 호텔급 연회장이나 유명한 음식점을 빌려 체면치례는 해야 “자식들 잘 키웠다”는 소리를 들었던 시절이었으니까. 잔칫날이 되면 일가친척은 물론 부모님들의 오랜 벗님네들 까지 모시느라 정신이 사나웠다. 그런 바람에 정작 가족들은 주전부리로 식사를 대신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했고 회갑연이 끝나면 녹초가 되기도 했다. 허례허식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자식 된 도리를 다하려면 ‘나 몰라라’라고 외면하기는 힘들었던 예전 시절의 풍경화였다.
하기야 1990년대만 해도 대한민국 남녀의 평균 기대수명은 70세를 갓 넘기는 정도였으니 일단은 회갑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법도 했다. 일찍이 당나라의 시성 두보는 곡강이라는 한시에서 인생70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읊은 바 있다. 예로부터 사람이 일흔 살까지 산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는 가당치도 않은 말이 되고 말았다. 인생 100세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마당이니 빛이 바랠 수밖에. 환갑이 차지하는 의미가 다소 퇴색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세상은 참 많이 변했다. 언젠가부터 60세가 된 본인들도 대부분이 ‘아직 정정한데 쓸데없이 잔치한다고 돈 낭비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게다가 이 사람 저 사람 초대하는 번거로움은 생략하는게 대세로 굳혀진 듯 싶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환갑 행사는 ‘안 하자니 마음에 걸리고, 뻑적지근하게 치르자니 부담스러운‘ 상태로 남아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가족들만의 식사는 좋은 대안이 될 법해 보인다.
그러나저러나 우리네 삶은 갈수록 팍팍해 지는 모양이다. 점심이 끝나자마자 모두들 녹록치 않은 일상으로 돌아가기 바빴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막내처남과 조카사위는 “오후에 근무해야 한다“며 회사로 향했다. 둘째처남은 지방대학에 들어간 아들을 차에 태우고 경상남도 진주를 향해 출발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와중이어서 어려울 텐데도 굳이 짬을 내는 건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이 시키는 때문인 듯하다.
“아무튼, 덕분에 많이 웃고 맛있게 잘 먹었수, 큰 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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