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화로 복잡성 증대…다양한 연구개발에 주목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기술개발 경쟁이 성능전에서 속도전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R&D 방식으로는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박용삼 수석연구원은 'R&D의 진화, 이제는 X&D 시대'란 보고서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 니즈가 고도화되고 있는데다가 기술상향 평준화와 융복합화로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R&D의 ‘R’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기술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되면서 완벽을 지향하는 연구보다 빠른 실험과 결과 확인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기업연구소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외부 역량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시대로 바뀌면서 내부 R&D 조직의 역할이 전체 혁신 에코시스템의 허브 코디네이터 역할로 재정립되는 추세다.

이에 박 수석연구원은 "기업은 전형적인 R&D 방식에서 탈피, C&D‧A&D‧L&D 등의 다양한 연구개발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C&D(Connect & Development)는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를 내부 R&D 역량과 연결시켜 신제품을 개발하는 개방형 기술혁신 모델이다. 세계 최대 생활용품 업체인 P&G나 구글의 비밀연구소 '구글 X'가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구글이 운영하는 'X를 해결하라'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누구나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토론할 수 있다. 운영진은 아이디어 제안자와 관련 전문가를 연결하며, 자금도 지원한다. 구글 관계자는 "이 웹사이트에 올라온 200여개 아이디어를 새로운 신사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중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A&D(Acquisition & Development)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인수한 뒤 추가 개발을 통해 기술 상용화시기를 앞당기는 전략으로, 미국 대표 IT업체인 시스코를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등이 취하고 있다.

라우터 사업으로 출발한 시스코는 사물인터넷 실시간 분석회사인 파스트림, 네트워크 보안 회사 랜코르,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회사 아카노, IT 플랫폼회사 재스퍼테크놀로지 등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 외에도 고객의 니즈가 명확하지 않고 빠르게 바뀌는 경우 시제품을 빠르게 출시한 뒤 고객 피드백을 받아 수정‧보안해 나가는 L&D(Launching & Development), 신기술 개발 등 전략적 미래투자 목적으로 유망 벤처기업에 투자하거나 인큐베이션 하는 방식인 S&D(Seeding & Development) 등이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다양한 연구개발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서 조직 문화와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패쇄적인 연구 풍토를 개선하고 '열린 연구소'를 지향해 연구 품질을 향상하고, 비용‧시간‧위험을 감소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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