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분기보다 0.9% 늘어났다. 27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분기별 성장률은 직전 분기(0.5%)보다 0.4% 포인트나 뛰었다. 지난 1월 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초불확실성의 시대'라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조금은 가슴을 쓸어내릴만 하다.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써라(Buy American, Hire America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막무가내 '미국제일주의' 보호무역주의를 펼치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로 한국산 상품과 서비스의 수입·구매를 억누르고 있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 한파 속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뜻 깊다.

그 중에서도 우리 수출의 만년 효자라 할 수 있는 반도체 부문 성과는 눈부시다. 최근 1분기 실적 발표를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면 어려운 대외 경제여건 속에서도 국가 대표 기업들이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매출 15조6600억원, 영업이익 6조3100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6조 시대를 열었다. SK하이닉스도 1분기에 매출 6조2895억원, 영업이익 2조4676억원, 당기순이익 1조8987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의 분기 실적을 기록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아울러 그 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만 가능했던 분기 영업이익 '2조 클럽'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의 원인으로 통상 3년~4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을 되풀이하는 반도체 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호황기가 매우 길어지는 울트라 슈퍼사이클에 접어 들어서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의 사용처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전망과 함께 중국시장의 폭발적인 메모리 반도체 수입 증가가 실적 향상의 주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시장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D램, 낸드플래시 없이는 스마트폰, PC, 가전, 서버 등 IT 제품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중국정부의 한한령 속에서도 이들 회사 제품의 대중국 수출은 계속 증가했던 것이다.

지난 13일 갤럭시S8 국내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은 사드 한파로 대 중국 수출이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제품이 좋으면 중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1분기에 사드 한파를 녹여 낸 반도체 부문의 실적은 이를 증명한다. 다른 산업들도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결국은 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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