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 붙는 '4차 산업혁명'

▲ SK케미칼이 미국 피츠버그에서 9∼11일 개최된 세계 최대 3D(3차원) 프린팅 콘퍼런스 ‘2017 라피드(RAPID+TCT)’에 참가해 고기능성 3D 프린팅 소재 ‘스카이플리트(SKYPLETE)’를 소개했다고 11일 전했다. 사진은 SK케미칼 직원이 외국 고객에게 스카이플리트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신설
'21세기형 뉴딜'로 핵심기술 적극 지원


게임·자율주행차 규제풀고 민관협력
특별시 지정…관련산업 진흥 전초기지로

"단기적 일자리 창출위한 연구개발" 우려도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이 당선되면서, 미진했던 4차 산업혁명 발전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4차 산업혁명 육성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표 키움증권 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은 2000년대 초 '닷컴버블'과는 달리 개인 일상에서부터 세계 경제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 "정권 교체를 기점으로 IT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이 이끄는 중소형주 장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은 '혁신적 4차 산업 경제 생태계 구축' '스타트업, 벤처 창업 지원'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위한 친환경 전기동력차 보급 확대 및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기 구축"이라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5G 인프라 조기 확대가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어떤 관점으로 관련 산업에 접근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지형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그 방법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문 대통령은 정부주도의 4차 산업 육성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의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약속은 4차 산업 육성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는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D 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기술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21세기형 뉴딜'을 제시했다.

그간 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정부 지원이나 제도의 뒷받침이 미비해 상업화하거나 개발을 발전시키기 어려웠던 관련 업계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묘수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민관협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문 대통령은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 규제완화로 게임·자율주행차 꽃 피우나

특히, 자율주행자동차 제작에 대한 민관 협력이 강조되고 있다. 정부가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스마트 고속도로 구축 등을 담당하고,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제조업체가 커넥티드 개발을 맡는 형태다.

자율주행자동차는 가장 고가의 IT기기이자 모바일 디바이스로 변모하고 있다. 구글, 애플, 인텔, 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전장시장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 IT기업의 관련 투자도 점차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5년 12월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해 전장사업 팀을 신설한데 이어 7월에는 중국 전기자동차 기업인 BYD에 5000억여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전장기업 '하르만(HARMAN)'을 인수했다. LG전자는 LG화학,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하우시스 등 전장사업의 수직계열화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여느 IT기기와 달리 높은 안정성이 요구되는 자율주행차의 경우, 부품 품질에 대한 신뢰성이 중요하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T업체가 전장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의 오랜 협업과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핵심부품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정부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발판도 마련될 예정이다. 이로써 국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부족한 충전 인프라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 생산 의무비율 도입이나 전용차선·전용주차공간에 대한 언급이 없어 기존 정책과의 차별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부문에서 국내보다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보조금과 비조금 혜택을 모두 활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는 전기차의 버스전용차선 진입을 허용해 주고 페리선 무료 이용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HOV(카풀레인) 진입을 허용하고 ZEV 크레딧을 부여한다.

게임은 국내 문화콘텐츠 수출의 효자로 불렸지만 규제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과도한 규제가 게임 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았다는 점을 안타까워하며 규제보다는 진흥책을 펼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정권동안 게임 산업은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핵심 킬러콘텐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4차 산업 진흥과 융합된 게임 문화콘텐츠 진흥을 위한 정책을 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규제는 업계의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추진하되 정부는 사후 관리 등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며 "다만 과몰입 문제에서는 게임업계와 함께 사회적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쳤다.

■ 대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지정

4차 산업혁명의 메카를 마련, 관련 산업 진흥의 전초기지로 운영될 방침이다. 문 정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과학기술도시 대전을 4차 산업혁명 특별시로 지정했다.

원도심에 '스마트시티 실증화 단지'를 구축하고 AI·로봇 등 연구 분야에 대한 성과를 실제 검증해볼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세종시 이전 완료와 함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연계 협력이 예상된다.

궁극적으로 스타트업·벤처기업이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할 주역인 만큼, 창업의 문턱을 낮추고 창업지원을 확대한다.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바꾸고, 연대보증 폐지, 재도전 기회 부여, 네거티브 규제 도입 등이 고려될 것으로 관측된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기술인 IoT·자동화 기술을 결합해 제조업 경쟁력도 강화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더 많은 중소 제조기업의 스마트화가 기대된다.

과기부 등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재구축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파워가 성장 동력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 초등학교 때부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실시하는 등 교육체제를 개편한다.

■ 4차 산업혁명, 관점의 변화 필요해

아쉬움도 없지 않다. 문 대통령은 4차 산업 육성을 통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산업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고, 4차 산업혁명을 당장의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면 장기적인 경제 재건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위기와 기회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필요하다. 출연연 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 홍정유 정책연구소장은 최근 열린 '과학기술정책 일대일 심층 검증 토론회'에서 "공약을 살펴봤을 때, 대부분 과학기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도구로 보는 시각에 머물러 있었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장기적인 원천 연구가 중요한데 이런 인식으로는 단기적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연구 개발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전 정부의 실책이기도 하다. 단기성과에 급급했던 '창조경제' '녹색성장'은 결국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제 회복에도 기여하지 못했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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