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부문을 독립시켰다. 기존 반도체 사업부문을 메모리 사업부와 양분했던 시스템 LSI사업부를 팹리스와 파운드리사업으로 분리한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은 시스템 부문으로 생산시설이 없는 반도체 설계전문회사(팹리스)로부터 설계를 넘겨받아 생산만 담당하는 반도체 수탁 전문 사업이다.

삼성의 이번 파운드리 사업 독립은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여러모로 크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 사이클 덕분에 이 분야에서 복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1분기 글로벌 반도체 순위 2, 3위를 기록했다. 이에 더 나아가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반도체 부문 만년 1위 숙적 인텔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 부문은 전체 시장규모에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절반 수준인데다 경기변동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게다가 중국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반도체 굴기'를 외치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고, 초과수익을 노리고 인텔이 다시 메모리 시장 진입을 하는 등 앞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반해 시스템 반도체는 시장의 파이도 메모리 반도체의 두 배 이상 되고 기술장벽이 높아서 경기 취약성도 덜하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PC의 두뇌인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해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생태계의 일대 변화를 몰고 왔다.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로 PC시대를 관통하며 반도체 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면, 퀄컴은 스마트폰 시대의 신흥강호로서 자리매김을 단단히 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설계로 이 분야의 기술을 선도했고, 이들 기업이 성장하는 동안 이들의 설계를 수탁해 생산한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 TSMC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운드리 사업 독립을 통해서 독자적인 AP생산을 하는 팹리스팀과의 분리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만큼 해외 팹리스 업체의 수주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과의 상생적 발전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사물인터넷 등으로 반도체 수요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에게도 삼성 파운드리에 위탁 생산을 해서 인텔, 퀄컴과 같이 성장하는 혁신적인 팹리스의 출현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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