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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백의 애드 스토리] 의약품광고와 심의 ①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조선왕조 말인 1890년대 후반 ‘제생당약방’을 운영하던 이경봉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경봉은 제물포항(인천)을 통해 들어오던 양약재와 한약재를 섞어 소화제 '청심보명단(淸心保命丹)'을 만든 다음 기발한 마케팅 기법을 통해 '장안의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기생들이 타는 인력거에 '청심보명단' 광고판을 붙이는가 하면 당시에 희귀하던 양복을 갖춰 입고 제물포와 노량진을 오가는 기차 안에서 약을 팔았다. 게다가 1909년 콜레라가 창궐할 때는 '청심보명단'이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기도 했다.

그는 크리에이티브에도 일가견이 있어 1911년에 일간지에 게재했던 ‘청심보명단’ 광고를 보면 소화제인 ‘청심보명단’이 위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하자, 위에 남아 있던 음식물이 도망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렸다. 그는 당시 부채표 활명수로 유명한 동화약방의 민병호와 함께 초창기 제약업계의 선각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불행히도 그는 콜레라로 사망했지만 그가 광고했던 ‘청심보명단’ 광고는 한국제약광고의 효시가 됐다.

■ 허위·과장광고의 대명사로

이렇듯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인 ‘덕상 세창양행 고백(1886년)’보다 앞서진 않았지만 제약광고는 초창기 한국 광고계를 주도하는 세력으로 자리잡았다. 청심보명단(1911) 광고 이후 제약업계에서는 화평당약방 자양환(1915), 동화약방 활명수(1929), 천일약방 됴고약(1934), 기나뽄(일제강점기), 삼천당 대학목약(1936), 중장탕(일제강점기) 등 수많은 의약품 광고들이 쏟아져 나왔다.

예로부터 약장수는 허풍 과장의 대명사로 불리웠다. “자,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의학박사 아무개 선생이 10년 연구 끝에 개발한 신약으로…” 장터에서 울려 퍼지는 약장수의 구성진 목소리에 마을 사람들은 결국 호주머니를 털어 ‘만병통치약’ 몇 병을 사고야 만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초창기 의약품 광고는 허위, 과장 광고가 많았다. 그러나 광고 시장이 점차 정착이 되고 광고윤리 기준이 강화되면서 과대광고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의약품 광고 심의제도가 처음 실시된 것은 1989년이다. 한국제약협회(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주도로 업계 자율로 운영되던 의약품광고 사전심의제도였다. 의약품을 광고하다 보면 효능을 과장되게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과대광고로 적발돼 주무부처로부터 행정처분이라도 받게 되면 생산 및 판매중단 등 중징계로 이어져 제약회사에 막대한 피해가 올 뿐 아니라 제약사에 대한 신뢰도 떨어진다. 따라서 업계에서 스스로 과대광고를 통제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제약회사들은 한국제약협회에 모여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의약품광고 사전심의원회를 조직한 후 각 회사들이 광고를 집행하기 전 시안 상태에서 심의를 해 문제가 없을 경우에만 제작해 집행토록 했다. 당시 의약품광고를 담당하던 식품의약품안전청(처)과 사전 협의를 거쳤음은 물론이다.

■ 1993년돼서야 법적 관리기준 마련

초창기에는 광고심의위원들은 주로 광고 전문가인 제약회사 광고 책임자들로 구성이 됐다. 그러나 업계 자율심의제도로 운영하다 보니 아무리 공정하게 심의한다고 해도 외부에서 볼 때 공정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늘 존재했다. 더구나 사전심의에 통과해 광고를 집행했어도 보건복지부나 식품의약품안전처 사후 점검에 적발이라도 되면 행정처분을 면할 수가 없게 됐다. 업계에서는 법적인 구속력도 없고 사후 적발되면 행정처분을 받는 의약품사전심의 제도가 뭐가 필요하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93년 2월 보건복지부에서 의약품 광고심의 업무를 제약협회에 완전히 일임하고 법적으로도 ‘의약품 대중광고 관리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의약품 사전심의가 의무화됐고 법적인 구속력도 생겨 현재에 이르고 있다.

광고심의위원들도 당초 제약업계 인사 위주에서 심의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 대한약학회,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협회, 소비자단체와 여성단체 등 외부 추천 인사들이 전체 심의위원 13인중 8인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도록 바뀌었고, 위원장도 반드시 외부단체 출신 위원이 맡도록 변화됐다.

이와 함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인터넷 홈페이지 광고와 웹툰 등 온라인 의약품광고가 크게 늘면서 2010년부터 기존 인쇄와 방송의 매체 구분에서 온라인 분야를 독립, 별도로 신설했으며 최근에는 SNS를 통한 광고에까지 심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계속)

이정백 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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