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진 코디온 청소년축구클럽 이사장.
[일간투데이 류재복 기자]


코디온 청소년축구클럽 이사장 이태진씨

흑룡강성 우창시 출신 조선족의 강한 ‘축구 굴기’
공장운영 수익금 등 사재팔아 축구 꿈나무 양성
‘미쳐야 성공’ 집념으로 1년 운영비 380만원 지출

“TV 출연후 격려·후원 많아… 감사함에 더 분발할 것”
해문시, 청소년축구훈련단지 조성… 이씨가 주인으로




오직 축구에 미쳐 슬리퍼 공장에서 번 돈을 다 밀어넣고도 부족해 살림집을 4채나 팔아 160여명 꿈나무들을 무료로 키우는 사람, 남들이 보기에는 그를 ‘미친놈’으로 부르고 있다. 그의 이름은 ‘李風子’(리펑즈),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그는 왜 축구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최근 축구열풍이 중국 대륙을 달구면서 그 바람의 영향으로 중국 언론에 자주 노출돼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헤이룽장성 우창시 출신 이태진(李太镇·선족·44)씨다. 이태진씨는 짱수성 해문시(江苏海门)에 위치하고 있는 슬리퍼 공장의 사장으로 코디온(珂缔缘)청소년축구클럽의 창시자이고, 이사장이다.

그는 “축구를 통해 조선족의 우수성을 중국 전역에 알리겠다”며 “현재 축구클럽에 160명 어린이가 등록됐는데 그 가운데 조선족어린이가 40여명 된다. 160명의 어린이가 무료로 이곳 축구클럽에서 축구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클럽에는 5명의 한국 감독과 7명의 브라질 감독, 그리고 7명의 조선족 코치가 있다.

1996년 이 씨는 돈을 벌기위해 대도시인 상하이로 떠날 결심을 했다. 상하이로 떠날때 기차표를 살돈도 없어 친척들한테 2천위안을 빌렸다. 대도시 상하이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이 씨는 막상 갈곳이 별로 없었다. 마침 한국인이 운영하는 슬리퍼 공장에서 직원을 모집했다. 그는 그 슬리퍼공장에서 1년간 근무를 하면서 슬리퍼와 인연을 맺게됐고 향후 그가 슬리퍼공장을 직접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0년만에 첫 출전한 중국팀이 브라질팀에 참패당하는것을 현장에서 목격한 이태진씨는 축구클럽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갖고 2004년 상하이 교외에서 슬리퍼공장을 운영하다 2008년 해문시로 공장을 옮긴 그는 2011년 5월 해문시 교육국과 계약을 체결하고 ‘코디온청소년축구클럽’을 설립했다. ‘코디온’이라는 이름은 그가 운영하는 슬리퍼 공장에서 생산된 슬리퍼에 붙는 브랜드인데 그 이름을 따서 코디온청소년축구클럽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러나 축구클럽을 운영하는데 그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축구 감독과 코치들한테 나가는 연봉만 해도 1년에 380만위안(한화 원)에 달했다. 이 씨가 축구클럽 설립후 현재까지 어린이들한테 사준 축구공만도 6천여개, 축구화가 5천컬레에 달한다. 4년간 축구클럽에 밀어넣은 돈도 1200만위안을 웃도는데 이 돈은 모두 슬리퍼를 팔아 생긴 이윤을 축구클럽에 투자한 것이다. 그래도 자금이 부족하자 그는 아내와 상의 후 상하이에 있는 아파트 4채까지 팔았다. 이런 상황을 본 주변 사람들은 “그가 완전 돌았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이 씨와 함께 한 마을에서 앞뒷집 사이였던 한 동갑내기 여자 지인은 이씨를 가리켜 “정직하고 성실하고 자상하며 무엇이든 항상 끝을 보는 성격”이라고 평가했다. 또 “체육하는 사람이여서 욱하는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키는 작지만 100㎏의 체중을 갖고있는 이태진씨, 그는 “사막에서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투벅투벅 걸어가는 낙타가 얼마나 대단한가”라며 “낙타처럼 인내력을 갖고 끝을 보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3년동안 삼각파도를 만나도 넘어지지 않는 탄탄한 쪽배를 만들고 또 3년후에는 항공모함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때가서 코디온축구클럽이 성공했다고 말할수 있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2015년 12월 13일 이태진씨가 슬리퍼 공장을 경영하며 자비를 털어 중국 축구의 굴기 꿈을 위해 여려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며 고군분투한다는 감동적인 이야기가 TV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이씨와 부인 승화자씨, 그리고 축구클럽의 꼬마 선수들이 유명한 연예인 주립파(周立波)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하는 절강성 위성TV의 인기프로인 ‘중국 희망쇼(中国梦想秀)’ 무대에 출연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다.

TV 출연후 많은 사람들이 격려와 지지를 보내왔다. 그때마다 이씨는 “사회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씨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함께 하면 외롭고 힘들지 않습니다. 힘이 솟구치고 있습니다”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온다’는 속담처럼 코디온축구클럽에 바로 새벽이 왔다. 2015년 연말 해문시 정부는 총 6억위안에 달하는 거금을 출자해 해문 청소년축구 훈련단지를 세우기로 했는데 이태진씨가 그 주인이 됐다. 이씨는 이 반가운 소식을 듣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훈련단지의 총 대지면적은 17만㎡, 축구장 10면과 건축면적이 5천㎡ 되는 종합청사로 내부에는 접대호텔, 실내훈련관 등이 포함됐다. 공사의 총 대지면적은 9만㎡, 표준축구장(인공잔디밭과 자연잔디밭)이 완공됐고 종합청사도 완공이 됐다.

지난해 봄, 바로 이곳에서 중국, 한국, 조선, 브라질 등 7개 국가 및 지역의 19개팀이 참가한 제5회 ‘랑시. 코디온 컵 유소년축구’ 국제초청 경기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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