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현지시간으로 지난 달 24일, 여성 우주인 페기 윗슨이 우주체류 535일로 ‘우주에서 가장 오래 산 미국인’이 됐다. 이는 제프 윌리엄스가 세운 기존의 기록 534일을 7개월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페기 윗슨의 나이는 57세,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 비행사로 원래는 생화학을 공부한 학자였다. 우주와 전혀 관련 없는 학문을 공부했지만 1996년 ISS(국제우주정거장) 근무 후보자로 선정되면서 우주 비행사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기록 수립에 트럼프 대통령도 축하인사를 전하며, 임기 내 화성탐사를 꼭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기 전이었고 ‘탄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화성탐사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우주 체류 세계 최장 기록은 누가 보유했을까? 그 주인공은 러시아 우주 비행사 겐나디 파달카로 통산 879일을 머물렀다. 지난 해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우주개발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미국과 러시아, 우주를 향한 두 국가의 치열한 경쟁의 역사를 잠깐 언급하고자 한다. 1957년 구 소련은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고 이에 열받은(?) 미국은 1958년 우리가 잘 아는 미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했다. 

러시아에는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있었고, 미국에는 인류 최초로 달에 다녀온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있었다. 그렇게 두 나라의 우주 개발 역사에는 언제나 최초, 최고란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대한민국에는 우주인이 없었을까? 있었다! 2006년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으로 고산, 이소연을 우주인 후보로 선출한 적이 있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최종 후보를 뽑기 위해 쇼미더머니와 비슷한 서바이벌 형식 TV프로그램도 방영했다.

그렇게 선발된 두 사람은 15개월 간 러시아 유리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훈련을 받았고, 고산이 최종 탑승 우주인, 이소연이 후보 우주인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고산이 엔지니어급 이상의 우주비행사만 볼 수 있는 비행교재를 봤다는 이유로 최종 탑승 우주인이 이소연으로 교체됐다. 이후 2008년 4월 19일, 이소연은 11일간의 우주비행을 끝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고산과 이소연,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먼저 고산은 우주인 참가 실패 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거쳐 하버드 유학, 현재는 3D프린터 사업가로 변신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우주를 직접 다녀온 이소연은 2014년 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퇴사하고 MBA과정을 거쳐 현재는 미국 시애틀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 ‘최초’ 우주비행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을까. 그 당시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갔다. 특히 직접 우주를 다녀온 이소연의 경우, 우주와 관련 없는 MBA과정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먹튀’ 논란이 일어났고,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마저도 ‘돈 낭비’라는 비난을 받았다.

개인적인 선택이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렸을 적 꿈을 간접적으로나마 실현시켜줬던 이들의 근황이 아쉽기만 하다.

앞으로도 한국 우주인을 만날 수 있을까? 그 기대는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 2014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의 언론사 인터뷰에 따르면 “우주인 배출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후속 우주인 양성에 대한 계획은 없었다”며 “당시에는 네팔, 아프가니스탄도 우주인이 있으니 우리나라도 있어야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1호 우주인을 양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해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언론사 인터뷰에서 “현재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유인 우주개발 계획은 없다”고 했다.

안타까운 소식이다. 후속 우주인 양성 부분을 빼놓고 보더라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사업에 대한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와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면 ‘대한민국 우주인 배출 사업’의 결말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지난 2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를 개최, ‘대한민국 200대 중점 우주기술개발 로드맵’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국형발사체 개발 등 총 6703억원 규모의 ‘2017년도 우주개발 시행계획’을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예산 현황을 살펴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첫째는 710억원의 달하는 ‘한국형 달탐사사업’ 예산으로 2016년 대비 510억원 증가했다는 점, 둘째는 ‘근지구 우주환경 관측위성 탑재체 개발’, ‘국제우주정거장용 태양코로나그래프 개발’ 분야에 각각 87억, 235억원의 예산이 신규 편성됐다는 점이다.

물론, 예산의 변동만으로 우주개발계획 전체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걸기는 힘들다. 약 2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한국 우주인 배출 사업’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돈 낭비’로 평가받은 지난 사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단기적인 업무성과보다 기술 단위 개발과 미국·일본 등 해외협력에 지속적으로 힘쓴다면 저 넓은 우주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대한민국 우주인'도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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