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구는 국가이념을 구현하고, 정부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국민의 행정수요를 민주적이고도 능률적으로 충족할 수 있도록 조직돼야 하기에, 정부조직은 국가정책의 변경과 행정수요의 변화에 따라 바뀌어 왔다. 정부수립 후 지난 50년간 정부조직은 헌법 개정, 정치적 변혁, 국가경제의 발전 등 주요정책의 추진, 행정개혁 등의 동기에 의하여 많은 개편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5년을 설계할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정부조직개편의 밑그림 그리기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24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7개 부처에 대한 업무보고도 받았다. 26일까지 정부 22개 부처의 업무보고를 진행하기로 한 국정기획위의 종합보고와 문 대통령의 결심에 새 정부의 정부조직도가 결정된다. 다만 과거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 출범 후 대대적인 정부조직 개편에 나섰던 것과는 달리 국정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 따른 최소한의 손질만 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시킬 예정이라고 하니 혁명적 변화는 없을 듯하다.

정부조직 개편은 시차를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 초기 소규모 정부조직 개편에 나선 뒤 내년 개헌에 맞춰 정부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2단계 개편이 예방돼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하고, 소방·해경을 국민안전처에서 분리해 독립기관으로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물론 정부조직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조직으로 바꿀 필요는 있다. 그러나 걱정이 작지 않다. 지난 수십 년간 정부조직은 누더기가 됐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 사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른다. 그 잘못을 되풀이할까 두렵다. 문재인 정부의 행정부 조직이 어떻게 변모하든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예산을 절감하고, 중복 기능을 없애며,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조직 개편이 단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 시점 국정기획위는 간과하지 말 게 있다. 공무원과 조직문화를 놔두고 사업만 구조조정해 봐야 헛일이라는 것이다. 일찍이 파킨슨이 경고한 대로다. 공무원과 그 조직은 사업규모에 관계없이 늘어나며, 세금 등 수입이 있는 한 무한팽창할 것이라는 파킨슨 법칙은 어느 나라 어느 정권이든 예외가 없다. 구조조정도 잠시, 어느새 유사 사업이 등장하며 공무원도 조직도 늘어난다. 더구나 정치권이 주도하는 정부조직 개편은 필연적으로 정략적일 수밖에 없다. 부득이 바꾸더라도 개편안 초안은 전문가 집단에 맡기는 게 옳다. 초안을 토대로 국회가 최종안을 다듬으면 된다. 심사숙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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