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임현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최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영예와 불명예를 동시에 안았다. 지난 18일은 의류 브랜드 '자라(ZARA)'를 비롯한 스페인 브랜드를 국내에 소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이사벨 여왕 십자문화대훈장'을 받았다. 1815년 제정된 이 훈장은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훈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불과 닷새 후, 신 회장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출석해 70억 뇌물 공여 혐의를 벗고자 고군분투하는 피고인 신세가 됐다.

재판부는 1심의 구속기한을 6개월로 제한하고 심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식 재판에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하는 만큼 신 회장도 일주일에 최대 3∼4회 가량 법정에 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 3월 말부터 그룹내 경영비리 재판에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을 반납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재판까지 더하면 일주일 내내 법원에 출석도장을 찍어야 한다. 이에 한국과 일본롯데 모두를 총괄하는 신 회장의 장기 출장이 막히면 사업 진행에 한계가 발생해 롯데그룹의 경영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항이다.

기업을 향한 과도한 정치개입이 이 같은 사태를 낳았다. 지난해 말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증인석에 앉은 재계 총수들은 대가성 뇌물 제공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정부의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췄다. 결국 청와대가 출연·협찬 명목으로 문을 두드리면 취지에 상관없이 정경유착을 받아들이고 경영전반의 권한을 내주게 되는 것이다. 기업운영은 정부가 하는 게 아니다. 총수가 정치비리에 연루돼 법원을 오고가느라 부재중이어선 글로벌 경쟁이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기업을 향한 정치권력을 분리·완화 할 필요가 있다. 인위적인 규제 장벽을 풀고 기업이 스스로 구조조정 및 제도를 결정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 기업 역시 정부의 출연과 기부 제안에 날카로운 잣대를 적용하고 정치권의 사용 내역 등 절차를 공개 진행해야한다. 그래야 훈장과 저울 앞에 당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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