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2-30대 청년시절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왜’ 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장벽은 높고, 당장 해야 할 일들 때문에 하고 싶은 일에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돈이 없어 연애를 못하고, 취업이 어려워 결혼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책을 통한 선각자의 충고나 선배의 조언도 들어보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라지만 불평할 겨를도 없이 청춘은 정말 아프다.

사람에게 ‘무엇’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국인과의 대화도 무엇이 분명하면 명사만 나열해도 소통이 가능하며, 남녀 간의 사랑도 무엇이 분명하면 전달방법이 미숙하더라도 본심은 충분히 전달될 수 있다.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함에 있어 자신의 능력을 제한해 꿈을 가두는 일이 없어야 한다. 꿈은 크게 가진 만큼 사람을 자라게 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정할 때 남의 말이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지만, 너무 신경 쓰거나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무모하다고 여겨지더라도 한번 시도해보자. 그렇다고 무턱대고 순간의 욱하는 마음으로 정하는 것은 올바른 무엇이 되기 어렵다. 지금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해야 한다. 후회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다. 살면서 미쳤다는 말 한번쯤은 들어봐야 멋진 인생이다.

■ 꿈은 크게 가진 만큼 사람을 키워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무엇이 정해졌지만 실패가 두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성공한 사람도 그것을 얻기까지 숱한 실패가 있었다. 오답이 정답을 안내하듯, 실패는 경험이며 성공의 필요조건이다. 취업에 실패하고, 연애에 실패했다고 너무 낙담할 필요 없다. 당시에는 앞이 보이지 않고, 그런 사랑 다시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나 다른 길이 있어 왔다. 실패한 것보다 더 못한 것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오늘이 없고 내일도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청춘에겐 모레와 글피가 반드시 있다. 또한 조급해서는 안 된다. 옆 사람이 앞질러 간다고, 조바심 갖지 말고 여유를 가지고 흔들림 없이 인내하며 자기 길을 걸어가야 한다. 세상에 보이려고 조속한 만회를 조급하게 노리다간 낭패로 이어지기 쉽다.

무엇을 ‘왜’ 할 것인가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다. 이 부분도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인생에서 무엇을 달성했다 해도 ‘왜’를 소홀히 해서 넘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청년시절에는 무엇에 비해 왜는 어쩌면 사치로 보여 질 수 있지만, 결코 사치나 덤이 아니다. 인생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서 무엇만을 추구하는 것은 방향을 잃은 배와 같다. 왜는 무엇이 끝난 후에 묻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그래야 방향과 과정 그리고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인생은 아스팔트길로만 다니지 않는다. 때로는 거친 광야와 같은 곳을 지나야 한다. 광야는 물이 없고 사나운 짐승이 넘치며 바람은 거세고 길도 없는 그러한 곳이다. 지형이 자주 바뀌는 광야에서 필요한 것은 지도가 아니라 나침반이다. 광야와 같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리나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그래서 왜가 중요하다.

■ 목숨걸 ‘무엇’을 정하고 붙들라

지금 우리사회는 두려움, 분노, 좌절로 가득 차 있다. 또 아무리 달려도 제자리인 것 같다. 그렇다고 환경만 탓해서는 안 된다. 환경은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주변에 잘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실패와 고통의 무풍지대에 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결코 그렇지 않다. 외형만 보기에 내면의 고통을 모를 뿐이다. 실패 없는 성공 없고, 고통 없는 인생 없다. 고통 속에 있게 되면 철저히 혼자가 되며, 하늘 아래 나 혼자인 것 같이 철저히 외롭고 힘들다. 빨리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고, 어떤 때에는 너무 힘들어 거기서 모든 것 끝내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고통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고통 속에서 교훈을 끄집어내야 한다. 고통을 고통으로 끝내면 그저 헛고생만 한 것이 된다.

20대는 꿈이 있고 30대는 야망이 있다. 무엇이 있는 인생은, 미숙하든 성숙하든 반드시 승리한다. 자신을 어떻게 지휘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인생은 각자의 결승점이 다른, 나만의 마라톤이다. 내가 목숨 걸 무엇을 정하라 그리고 붙들라.

김학성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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