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김 의원과 국내 프로농구 레전드 비교

[일간투데이 정우교 기자] 농구 경기에서 같은 팀 선수끼리 서로 공을 주고받는 기술인 패스. 동료 선수와 호흡은 물론 정확성이 요구된다.

특히 상대를 보지 않고 던지는 ‘노 룩 패스’는 속공 상황에서 상대 팀을 속이기도 한다. 그 기술을 농구 코트가 아닌 김포공항에서 볼 수 있었다. 얼마 전 보수정당의 한 의원이 귀국하며 자신의 캐리어를 수행원에게 밀어버렸다. 그리고 수행원은 익숙한 듯 그의 캐리어를 받아 챙겼다. 이 모든 동작은 물흐르듯 자연스러웠다. 마치 잠시 후에 소개할 이상민과 맥도웰의 픽앤롤(농구 공격 시 미스매치를 이용해 득점을 뽑는 기술)을 보는 듯 했다.

거침없는 플레이는 그 후에도 이어졌다. 국회에서 기자들이 '캐리어'에 대해 묻자, “왜 이게 잘못된 것이냐”, “왜 내가 해명을 해야 하느냐”라는 당당한 답변을 한 것이다.

그의 행동에 많은 비난과 패러디가 쏟아졌다. 어떤 영상에서는 해외 스포츠 선수의 플레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최고의 '노 룩 패스'라고 치켜세웠다. 

이 영상에서 영감을 얻어 국내에서도 찾아보기로 했다. 올해로 출범 20주년을 맞은 프로농구의 역사 안에서 그 후보들을 정리해봤다.

첫번째 후보는 지난 시즌 서울 삼성 썬더스를 준우승을 이끈 이상민 감독이다. 연세대 시절, 그는 훈훈한 외모와 실력으로 농구 붐을 이끈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정확한 플레이로 ‘컴퓨터 가드’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183cm의 키에 덩크슛을 넣는 엄청난 운동감각과 탁월한 경기 리딩 능력을 지닌 선수였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국가대표를 시작으로 1998년 현대다이냇 입단했고 맥도웰과 콤비를 이루며 ‘현대의 전설’을 만들었다. 1999년에는 프로농구 ‘베스트5’, ‘최우수선수상’, ‘어시스트상’, ‘훼르자농구대상 대상’ 등을 휩쓸기도 했다.

그 후, 2002년 제14회 부산아시안게임에 대표팀으로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0년 안타까운 은퇴 후, 2014년 서울 삼성 썬더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그는 감독 시절에도 패스와 떼놓을 수 없는 농구인이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에피소드가 있다. 2015년 경기중 삼성 이정석 선수가 베이스라인에서 이상민 감독을 향해 느닷없이 패스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웃 상황에서 동료 선수가 아닌 자신의 감독에게 공을 던진 것이다.

그 때의 상황과 이상민 감독의 황당한 표정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두번째 후보는 김승현이다. 짧았지만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낸 슈퍼스타, 이른 은퇴가 아쉬운 선수 중 한명이다. 그의 마지막 팀도 공교롭게 서울 삼성 썬더스였다.

2001년 대구 오리온스 입단, 작은 키에 스피드만 빠르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그 해 팀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끌었다. 그리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2007년 아시아 남자농구 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그 후, 부상·계약 문제로 다사다난한 해를 보냈고 결국 2014년 은퇴했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은 득점보다는 어시스트를 위주로 공격하는 포인트가드다. 패스에 대한 창의성과 판단력, 화려한 플레이로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다.

최근 그는 한 농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또한 ‘노 룩 패스’가 화제가 되자마자 자신의 SNS에 선수시절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대학교를 중퇴하고 연습생 신분으로 1997년 원주 나래 블루버드에 입단한 주희정, 그가 세번째 후보다. 어쩌면 '패스 장인'이라는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다. 통산 어시스트 5381개, 스틸 1505개라는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시스트의 경우, 5000개는 물론 4000개 이상의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주희정이 유일하다. 2007년부터 그는 이 깨지지 않을 전설의 기록을 홀로 쌓기 시작했다.

은퇴 기자회견에서 주희정은 가장 애착을 갖는 기록으로 '출전시간'을 꼽았다. 그는 프로농구가 출범하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총 1029경기에 출전했다. 그 중 결장은 단 15경기뿐이며 2위 추승균 현 KCC 감독과도 300경기 차이가 나는 대기록이다. 이는 그가 어떤 선수였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1997년 데뷔시즌 신인왕, 스틸상을 차지했으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어시스트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001년과 2009년 FIBA 아시아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적이 있다.

지난 15일 그는 선수생활을 마감 했다. 팬의 마음으로 주희정 선수가 영원한 농구인으로서 꽃길만 걷길 바란다.

이상민, 김승현, 주희정이 모두 선수로 뛰던 시절, 국내 농구는 최고의 인기 스포츠 중 하나였다. 국제 대회에서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정상에 오른 적도 있었다. 

세 선수와 비교해 김포공항 김 의원의 플레이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멋있지 못하다. 1996년 초선의원 시절 패기는 없더라도, 국민들은 20여년 정치생활에서 풍기는 어른의 '매너'와 '리더십'을 바랄 뿐이다. 마치 리즈시절이 지나 경기에 오랫동안 출전하지 못하지만 벤치에서 후배를 챙겼던 세 선수처럼 말이다.

작은 행동에 수많은 패러디가 쏟아지는 이유가 비단 '노 룩 패스'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과거 '흑인 비하 발언', '아르바이트 부당 대우 발언' 등을 한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의 영상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88만회(작성일 기준)를 넘어섰다. 이 숫자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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