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住)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사람의 몸만 아니라 마음을 누이는 곳이라고 하겠다. 든든하게 우리를 지켜주는 몇 안 되는 존재 중 하나인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집이라는 공간과 연을 맺는다. 내가 성장하는 공간에는 나의 사랑하는 가족과 여러 사람이 함께한 숱한 추억들이 담겨 있다. 그곳에서 벌어진,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일들이 켜켜이 쌓여 함께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집은 무슨 의미일까. 몸 하나 누일 곳이 없는 사람에게 있어 집은 의(衣), 식(食)과 함께 가장 절실한 것이다. 그에 반해 먹고 싶은 것이나 입고 싶은 것이 어느 정도 충족이 되면 나만의 집을 원하게 된다.

■집은 주인의 인생관 보는 공간

사람은 자신의 생각에 따라 공간을 창출하기도 하지만, 공간에 의해 행동이나 생각이 변하기도 한다. 집은 그 집에 사는, 살았던 사람의 인생관을 들여다보는 일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내밀한 곳을 들여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필부필녀의 집도 그러려니와 지도층의 집이랴! 그런 점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태어나 자란 생가나 거주했던 사저(私邸) 등은 ‘역사박물관’ 그 자체다. 영광이든 오욕이든 가치를 떠나 잘 보존해서 후인들에게 넘겨주는 게 옳다.

예컨대 역대 대통령의 생가가 너무 허술한 모습이면 방문객들을 위해 최소한의 복원 및 진입로 정비 정도는 마땅한 일이다. 대통령 각자의 공은 계승하고 과로부터는 교훈을 얻어 그것을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기에 그렇다. 복원은 한 사회의 정치문화적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다.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배출한 생가에서 교훈을 얻고 추모공간을 보존하며 다음 세대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행위이다. 역사가 부여한 역사를 걸어간 인물을 기리는 것은, 영광의 길이든 불명예의 길이든 한 시대의 역사이자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과 직결된다. 자연과 역사는 인물을 낳지만 인물은 자연과 역사를 운용하고 창조한다. 그리고 이 위대한 인물은 바로 우리의 행동 지표가 된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 생가 복원 사업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 거제시는 문 대통령이 태어난 거제면 명진리 남정마을의 생가 복원이 필요하다고는 판단되지만, 청와대의 뜻에 따라 지금 있는 생가를 그대로 두고 주변의 기본적인 것만 정비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생가부터 챙긴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는 대목이다.

■요란하게 꾸미는 일은 피해야

그러나 거제시 장목면 대계리가 고향인 김영삼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 등 2명을 배출한 거제시로서는 두 대통령의 족적을 보전하고, 관광객 유치의 호재라고 여겼을 것 같다. 아닌 게 아니라 같은 군 단위에서 2명의 대통령을 배출한다는 일 자체가 전무후무할 일일 수 있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생가에는 주중 1000여명, 주말 2000~3000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고 한다. 생가 주변 도로가 좁아 입간판을 설치하고 일방통행을 유도하고 있지만, 관광차량 통행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어 도로확장과 주차장,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 등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생가는 복원돼야 한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나 독일이 낳은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프랑크푸르트 생가 등을 가보면 위인이 살아온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알 수 있고, 후인들에게 들려주는 교훈을 깨닫게 하지 않는가.

물론 문재인 대통령 생가 복원은 출생 당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온당할 것이다. 인위적 치장은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누를 끼칠 뿐이다. 전직 대통령들 생가 복원의 공통점은 대부분 초가집이라는 사실이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역대 대통령 12명 중 고향이 북쪽인 황해도 평산군에 있어 가볼 수 없는 이승만 대통령을 제외하곤 나머지 대통령 11명은 유년시절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생가가 있다.

대통령이 출생한 곳이라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 들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 생가 또한 보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면 요란하게 꾸미지 않되 복원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생가를 아무리 성지(聖地)처럼 치장한들 대통령 재임 때의 역할과 평가를 뒤집을 수는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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