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9988. 대한민국 전체 기업의 99%, 고용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을 수치화한 표현이다.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국민성장의 기치를 내걸고 들어 선 문재인 정부하에서 그 중소기업의 위상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소기업청과 산업부,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등에 뿔뿔히 흩어져 있던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독립된 부서인 '중소벤처기업부'로 일원화하고, 범정부 차원으로 구성되는 '을지로위원회'에서 대기업·중소기업간 부당한 갑을관계를 시정하는 등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칠 것으로 공약했다.

이에 더해 공정거래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강력한 재벌개혁론자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각각 내정되면서 새 정부의 재벌 개혁 드라이브와 중소기업 육성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다.

따지고 보면 역대 정부치고 원론적으로 중소기업 육성을 강조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이승만 정부는 아직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전인 1956년 농업과 미국 원조경제 의존단계에서 '중소기업육성대책요강'을 수립했다. 박정희 정부도 1965년 국민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해 '중소기업기본법'을 제정했으나 그 시행령이 1983년에 만들어지는 등 선언적 효과에 그쳤다. 외려 박정희 정부는 정책자금과 외자의 대부분을 수출 주도 대기업에 집중하는 불균형 경제발전 노선을 취함으로써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대기업·중소기업 격차의 씨앗을 뿌렸다.

그 후 들어선 역대 정부 또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과도해짐에 따라 대기업집단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과 시책을 내놓았다. 특히 재벌 대기업의 과도한 차입과 방만 경영으로 IMF 경제 위기가 발생하고 난 뒤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창구로서 중소 벤처기업에 주목, 지원했지만 '벤처 거품'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또한 이전 이명박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정책에 따른 사회·경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 창조경제를 내걸고 집권했지만 결국은 국정농단으로 귀결됐다.

우리는 그동안 숱하게 중소기업 정책의 기대와 실망의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대기업은 산업의 성숙과 자본집약성으로 더 이상의 성장과 고용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 새로운 경제의 견인차는 중소기업 진흥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새 정부가 지금의 국민적 여망과 지원동력을 잘 활용해 이번엔 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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