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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고용이 복지다] 上 정규직화 바람, 순풍은 계속될 것인가일자리 대통령 자임 문 대통령 비정규직 정규직화 강력 추진
비용증가·신규 채용 기피 등 사회적 부담 해결 방안 모색 필요
다수 이해관계자 의견 반영해 장기적인 시각의 사회적 합의 도출해야
  • 이욱신 기자
  • 승인 2017.05.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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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서 비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 국민성장을 표방하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추진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며 취임과 동시에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명했고 본인이 직접 일자리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았다.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일자리 증감을 확인하고 있다. 역대 정부의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각 부서 업무보고시 우선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할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방안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중소기업 진흥,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의 측면에서 살펴본다.<편집자 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일자리 창출의 핵심 공약사항으로 내걸고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우선 우리 사회의 심각한 현안이 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정권 초반 힘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기업(35개)·준정부기관(89개)·기타공공기관(208개) 등 332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만6499명이다. 이들 공공기관 직원(32만8519명) 열명중 한명(11.1%)이 비정규직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재임 기간중에 공공부문에 비정규직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대로 먼저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을 없앤 뒤에 민간부문의 동참을 유도해 사회 전체적으로 비정규직을 해소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이전에 비정규직 문제 해소 먼저

지난 12일에는 취임 뒤 첫 민생행보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고충을 청취하면서 비정규직 문제 해소 계획을 실행으로 옮겼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간접 고용을 포함해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는 발표로 문 대통령의 정책행보에 발을 맞췄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잇따라 경쟁적으로 청소·경비 등 파견과 용역직 등을 포함한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 전환을 선언했다.

29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산하 공기업과 준공공기관이 많은 주요 부처들에 따르면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들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세부적인 전환 작업을 추진중이다. 가히 선풍(旋風)적이면서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이다. 이제껏 정규직 전환을 막아왔던 뚝이 일시에 풀린듯하다.

대표적으로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강원랜드, 코트라 등 산업자원부 산하 41개 공기업과 준공공기관은 26일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여러 기관의 비정규직 총 3만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단 기관별로 비정규직의 형태와 업무가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전환 방식은 개별 기관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번 비정규직 전환 선풍의 시발이 됐던 인천공항공사가 소속된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도 분주하다. LH토지주택공사는 29일 정규직 전환TF를 만들고 고정적으로 필요한 인력 1000명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중이다.

미래부 또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5개 출연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연구원 현황을 파악한 데 이어 이들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 봇물 터지듯 이뤄지는 정규직 전환, 민간 대기업도 동참

금융공공기관 중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조기 추진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기술보증기금이 정규직에 비해 연봉·처우수준은 낮지만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이른바 ‘중규직’) 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는 그동안 정규직 전환이 허용되지 않았던 무기계약직에게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밖에 신용보증기금과 무역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등 다른 금융공공기관들도 새 정부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구체적인 후속 작업을 진행한다는 복안이다.

이런 정규직 전환 러시는 공공부문에 한정되지 않는다. 대기업들도 잇따라 정규직 전환을 발표하면서 정부 정책에 호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SK그룹 계열사 SK브로드밴드는 내달 하청업체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직접고용하기로 했고, 롯데그룹은 향후 3년에 걸쳐 1만명을 정규직화한다고 밝혔다.

◇ 정규직 전환이라는 기본 방향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인정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찬성한다. 현재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고 때로는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힘든 일을 하면서 임금을 비롯해 각종 복지혜택에서는 차별받고 있다. 이는 사회·경제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통합에 저해요인이 되고 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된다면 고용의 안정감으로 업무 집중도가 향상되고 직무경험이 쌓이면서 개인과 조직의 경험·학습자본이 축적됨으로써 조직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급여 소득의 안정적인 상승으로 소비수요도 증가해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해법의 구체적인 각론에 들어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우선 비정규직의 정의와 대상 범위가 모호하다. 비정규직의 형태와 업무 내용이 기관별·부서별 워낙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규제하기가 쉽지 않다. 또 무기계약직은 고용의 안정성은 확보해서 정규직으로 분류하지만 일반 정규직에 비해 급여와 처우 수준이 낮아서 ‘중규직’이라는 자조적인 용어가 나올 정도이다. 여전히 불완전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만이 잠재해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실무를 담당한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가 복수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공공기관별로 업무특성에 따라 공공기관장과 노조(직원 대표)가 협의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을 채택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비정규직의 정의 모호해…정규직 전환의 속도·방식 조절 필요

정규직 전환의 속도와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경제학) 교수는 “정규직 전환의 기본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사회적인 공감대와 합의가 선행돼야 제도적 안정성이 있다”며 “정부는 대통령 업무지시나 행정지침처럼 강제성이 강한 행정적인 수단으로 단기적인 성과를 내기 보다는 시일을 두고서 제도화해 장기적인 성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설정한 뒤에 시뮬레이션도 진행하면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컨센서스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정규직 전환 비용 조달이 관건

다음으로는 실현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이다.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할 때부터 그 재원에 대해 비판이 집중 제기된 만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으로 전환시에도 추가 재원 확보의 문제가 관건이다. 처음 얼마간은 예산 절약을 통해서 전환비용을 충당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연공급 급여구조상 비정규직 출신 정규직 전환자도 연차가 쌓이면 임금과 기타 복지비용이 증가해 상당한 인건비 상승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 교수는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의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다른 예산을 전용함으로써 기존에 제공되던 공공서비스가 삭감돼 국민 일반이 그 부담을 질 수가 있다”며 “고용 측면에서도 신규 직원의 채용을 기피 또는 연기함으로써 이미 채용된 비정규직은 구제되겠지만 신규 채용희망자는 채용의 기회가 상실되는 비용을 떠 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의 비용증가, 부채증가로 이어져 정부 국고에 의한 손실보전, 조세 전가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경영난 심화 위험

민간 부문에서도 비교적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 부문은 정규직 전환의 부담을 견뎌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상승부담을 시장지배력을 통해 시장가격을 인상해서 전가하거나 중소 하청기업에 대한 납품단가 인하압력으로 상쇄시킬 수 있다.

이에 반해 대기업에 중간재를 주로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만큼 추가 인상을 요구할 수 없으므로 중소 기업 경영이 더 곤란해질 위험이 있다는 전망이다. 또 대기업보다 경기순환의 충격을 완화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전원 정규직 채용시 인력활용의 경직성, 경상비용의 증가로 급격한 경기변동시 더 위험성이 커짐으로써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김영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부회장은 25일 경총 포럼에서 “정규직 전환 요구로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다”며 “현재의 논란은 정규직ㆍ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대ㆍ중소기업간 문제로 봐야한다”며 정부의 정규직 전환 드라이브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디테일을 확인하며 느리더라도 꼼꼼한 정책 추진 기대

박상인 교수는 “문 대통령이 대선 유세 과정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며 정책을 추진할 때 조급하게 하지 않고 꼼꼼하게 단계를 밟아가겠다고 말했다”며 “긴 호흡을 갖고 사회 전반의 폭넓은 이해와 합의를 통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비정규직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고 국민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이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을 도외시한 ‘언발에 오줌누기’가 될 것인지 일자리나누기를 통해 새 정부가 지향하는 사회통합경제의 ‘마중물’이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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