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건설이 미래 먹거리 개발로 박차를 가하는 능동제어형 조류발전 지지구조시스템. 사진=현대건설

R&D로 '고부가가치' 높인다

연구개발 투자에 총력
미래성장 사업기반 확보
시공능력은 세계최고…
핵심기술인 설계부문
선진국 의존도 높아 숙제로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현대건설이 또 다른 건설신화를 이루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창립 7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연구·개발(R&D)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 기반의 사업 수주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현대건설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건설업의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화가 큰 핵심설계 기술을 내부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내건설업계의 시공능력은 세계적인 위상을 자랑하는 반면, 선진국의 핵심설계 의존도는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


■ 4차 산업혁명 대비…중장기 투자·R&D 강화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그룹 중장기 비전과 건설부문 중장기 추진 전략에 따라 세부과제 수립을 완료하고 조직과 시스템을 이미 정비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인재양성·해외시장 다변화·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미래성장 사업기반 확보·글로벌 사업역량 강화·위기관리 대응체계 구축 등 세부적인 실천 과제를 수립해 추진해 가는 한편, R&D를 집중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맞고 있는 오늘날의 산업 패러다임 속에서 R&D는 기업의 미래 성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면서 "건설산업 미래 트렌드에 발맞춰 토목·건축·플랜트·전력 전 공종을 아우르는 신성장동력 발굴과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한 R&D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중장기 투자계획을 수립해 2013년까지 3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구조실험동과 환경실험동 등 2개 실험동 내에 위치한 풍동실험실·대형구조실험실·환경실험실·인공기후실험실 등 총 9개 실험실의 장비를 현대화했다.

이와 함께 2014년 115여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친환경 실증연구시설인 그린스마트이노베이션센터(GSIC)를 비롯해 싱가포르 복합오염 준설토 정화시설 등 국내외적으로 총 9개의 실증시설을 운영 중이다.

또 지난해에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와 협력해 국내 건설사 최초의 글로벌 R&D센터인 NTU-현대공동연구소를 개소했으며 현재 5개의 현지 맞춤형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NTU와의 공동연구소의 활동을 통해 확보된 핵심 기술은 해양 매립이나 지하 공간 등 앞으로 싱가포르에서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프로젝트에서 현대건설의 기술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총 20여건의 그룹 협력과제를 수행해 총 6건을 완료했으며 향후 지속적인 협업을 통한 그룹사 간 공동연구를 통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 증권가 호실적 전망 '솔솔'

한편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의 하반기 실적에 대해 우수한 실적을 받을 것으로 평가한다.

현대건설의 1분기 실적은 매출 4조 1297억원, 영업이익 2286억원, 당기순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매출은 3.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0.4% 증가한 수치다.

신영증권은 현대건설에 대해 하반기 해외 소식의 중심이라며 올 하반기 해외 매출이 양호할 것으로 분석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신흥시장 매출 증가로 올해 2분기 실적 개선을 이룰 것"이라며 "베네수엘라와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등 신흥시장 매출 비중이 높아져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초대형 건설사로서의 위엄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은 1분기 기준 67조4000여억원의 수주잔고를 확보 중"이라며 "해외 플랜트 및 토목부문의 수주잔고 감소에도 건축부문의 수주잔고 증가가 수주잔고의 유지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및 인프라 투자확대에 따른 수혜 가능성도 점쳐진다.

윤석모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의 풍부한 현금 여력을 고려하면 인프라 투자확대에 따른 수혜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며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의 경우 정부 재정으로 100% 부담하는 것보다는 민자유치를 함께 추진하는 추세여서 현금 여력이 있는 건설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 "건설업, 미래 핵심설계 기술 역량 키워야"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이 미래를 도약하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핵심설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경고했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스스로 창조성 강화를 위해 20세기형 경영모델을 시급히 탈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지난 4월 정식 개장한 롯데월드타워는 국내 최고층이자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상징성 높은 건물이지만 이에 대한 설계는 외국기업 몫이었다.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는 '시간의 축적'이라는 저서를 통해 "국내 산업의 공통적인 문제가 개념설계의 역량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저서에서 "한국 산업의 발전모델은 선진국이 제시한 개념설계를 기초로 빠르게 모방·개량하면서 생산하는 모방적 실행 전략에 기초해 왔기 때문"이라며 "지난 50년간 후발 추격 국가로서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개념설계를 빠르게 확보해 우리 것으로 만들고 생산에 적용하는 데 특화돼왔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설계와 가격 등 경쟁력에서 해외기업에 밀리는 이유로 언어적 장벽을 꼽았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설계용역 발주에서 미국·영국업체 등과 경쟁했을 경우 설명하는 데 정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어려워 발주처의 요구에 부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 산업계가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창의적인 개념설계를 할 수 있는 축적된 경험지식의 영역을 어떻게 확보하는 것인가에 달려있다"며 "국내 산업이 위기를 돌파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고급 경험지식을 오래도록 축적해온 사람과 기업을 어떻게 키워낼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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