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탐사보도
[징벌적 손해배상 필요한가 ①] 기업윤리 부재…"이젠 '제동장치' 달아야"가습기살균제…세월호참사…삼풍백화점 붕괴…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지원대책 강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5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보내는 편지발표를 한 뒤 문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풍자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와 관련해 "적절한 수준의 대통령 사과발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고 "가습기 피해 문제와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 대책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이와 함께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피해자와의 직접 만남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수익창출에만 집중…
대형 안전사고 빈번

'기업에 의한 피해' 증명
개인이 나서기엔 한계
현행법체계 기업부담 적어
징벌적 배상 도입 대두

"불법행위로 이미 형벌부과
민사로 재처벌은 이중처벌"
일사부재리원칙 위배 지적도



[일간투데이 곽정일 기자]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가습기의 분무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람이 사망 혹은 폐 질환에 걸린 사건을 말한다. 이 사건으로 2012년 10월 8일 기준, 영유아 36명을 포함해 78명이 사망했다.

사건이 커진 데에는 옥시 측이 대학교수들에게 뒷돈을 주고 유해성 실험보고서를 조작해 이를 토대로 가습기 살균제에 '인체에 안전하다'는 내용의 광고물을 부착해 피해가 더 커졌다.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옥시레킷벤키저는 국내 제1의 로펌이라고 불리는 '김앤장'을 통해 정부가 실시한 동물실험 및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자사의 행위에는 위법성이 없다는 주장을 했다.

이와 같은 대기업의 윤리적 제고의식부족에 대해 철퇴를 가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있을 수 없는 반사회적인 행위를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가가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제도로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 배상에 있어 가해자의 악의적 또는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비난에 기초해 처벌적인 성격의 제재를 가하고, 장래에 있어 유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현재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불법행위 제재 기능 ▲피해자 대한 사법적 보전 기능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 소송제기 유도를 주된 이유로 꼽는다.

불법행위 제재기능이란 가해자가 위법하고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큰 액수를 부담하게 함으로써 위법한 가해행위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 기업에도 경각심을 갖게 해서 기업의 불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벌규정에 따라서 법인(기업)에 대해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있기는 하다. 양벌규정이란 위법한 행위에 따라서 행위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기업)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을 말한다. 또한, 손해를 끼친 피해에 상응하는 액수를 보상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지시를 내린 상급 관리자가 처벌되려면 피해자가 특정되거나, 상급 관리자가 종업원에 대해 관리·주의 의무에 소홀히 해서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밝혀져야 하고, 기업에 의한 피해의 경우 사안이 복잡성으로 인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이 많아 일반 국민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해서 피해를 입증하고 기업의 행위를 제재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사법적 보전기능도 가능하다. 기업으로부터 반사회적인 피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정신적 상처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수 있고, 보통 기업을 상대로 소송할 때 큰 액수가 들어가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소송비용의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 소송, 특히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는 명확한 피해 사실의 증명, 기업의 무과실책임 증명 등이 필요하므로 시간과 비용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반 피해자는 겪은 피해보다 현저히 적은 액수의 비용에 합의해서 부당함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시행되면 충분한 배상금을 피해자에게 제공함으로 써 자신이 피해를 당한 점에 대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에 있어서 동기부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물론 ▲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및 과잉금지 원칙 위반 ▲ 제도 악용 및 기업활동의 위축 등의 단점이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일사부재리 원칙이란 헌법 13조에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헌법에 따라 동일한 범죄에 대해 거듭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이미 불법행위로 인해 형사사건으로 형벌을 부과받게 되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민사사건으로 한 번 더 처벌을 받는다면 이중처벌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일확천금을 노리기 위해 과다한 액수의 배상금을 목적으로 한 소송 남발의 우려가 있고 현행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인데 영미법 체계를 가진 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 대륙법 체계이긴 하지만 이미 국민참여재판이나 대법원 판례 등 영미법 체계를 많이 수용한 점 ▲ 기업의 수익창출 집중 및 윤리의식 부족에 의한 대형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점 ▲ 현행 법체계에서 기업이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에도 기업이 지불하는 피해가 작은 점 등을 봤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긍정적으로 도입이 검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강조되는 추세다.

우린 이미 가습기 살균제, 세월호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등을 통해 기업의 윤리의식 부재가 얼마나 큰 피해로 다가오는지 충분히 겪었다. 이제는 그 제동장치를 걸어야 할 때 아닐까.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곽정일 기자 devine777@naver.com

정치부 기자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