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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어떻게' 할것인가 ①] "정부가 신속하게" "손떼고 시장에 맡겨라"구조조정 '지지부진'에 한계기업 취약성 고조…
   
▲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 리더십 공백으로 지연됐던 구조조정의 모멘텀이 마련돼 다양한 구조조정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근로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도감·일관성있게"
새정부 대대적 개혁의지

"위험회피적 은행들 결단
차일피일 미루다 실기"
민간시장중심 방식 대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현재 우리나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일부 ICT(정보통신기술) 부문을 제외하고는 조선, 해운, 석유화학, 철강, 건설 등 대부분의 주력산업이 장기간의 세계경기 침체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0 미만인 한계기업이 지난 2011년 9.34%에서 2015년엔 12.7%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기업 8개중에 하나는 자체 수입만으로는 이자도 못 갚고 있는 것이다.

■ 한계기업 누적으로 한국경제 위기감 고조돼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말 현재 한계기업은 232개 상장기업을 포함해 총 3278개다. 상장 한계기업의 매출액 합계만 71조3545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1565조원의 4.6%에 달한다. 외부 자금 수혈 없이 생존이 불가능한 좀비기업들이 경제의 활력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계속 증가하는 좀비기업들이 '경제위기의 화약고'가 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할 정도다.

이런 외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했다. 지난 2월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업구조조정과 거시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한국의 구조조정이 지연돼 한계기업의 취약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 지연의 대표 사례로 꼽히며 '잃어버린 20년'을 보낸 일본의 기업들이 되레 구조조정을 통해 2010년부터 수익성을 회복하고 차입비율을 낮추고 있는 것과 대조되면서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구조조정 모멘텀 마련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경제 전반의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도 새로운 모멘텀을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연례협의단과의 면담에서 "지난 6개월간 한국의 정치적 환경 때문에 국정 지도층의 공백이 있어 구조조정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며 "속도감 있고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으로 우리 경제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경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의 총론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지만 세부적인 각론에 들어가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려 속도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경제여건도 녹록치 않다.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자국 우선주의에 의한 보호무역 장벽이 부담스럽고 중국은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따른 한한령(限韓令) 족쇄를 아직 풀려고 하지 않은 상태여서 대외 수출여건은 여전히 어렵다. 안으로는 지난 3월말 기준으로 1359조원(국내 총생산 대비 91%)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더 이상 해결을 미룰 수 없는 또 다른 뇌관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업도 큰 숙제다.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민생고 대책으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과 사회안전망 구축 확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고 일자리 창출을 국정 제일목표로 삼고 있는 새 정부가 실업을 수반하는 구조조정에 적극적일 것인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흡사 여기저기 도자기 그릇이 잔뜩 쌓여있는 도자기 공장에서 경제와 고용, 복지의 저글링을 하는 도공의 모습을 방불케 한다.

현재 구조조정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채권은행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구조조정을 하면 대출해준 은행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험회피적인 은행들이 구조조정의 결단을 차일피일 미루다 실기해 부실이 더 악화된다는 지적이 많다. 적기에 더 적은 비용을 치를 수 있는 사전예방적인 상시 구조조정이 근본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 다양한 방안 제시…확실한 대안 정립 안돼

이에 금융위원회는 최근 채권은행 중심 구조조정보다 사모펀드(PEF)가 은행에서 부실기업 채권을 인수해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는 시장중심의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방식 또한 대우조선해양처럼 덩치가 큰 대기업들은 쉽게 손댈 수 없고 아직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의 경험이 적다보니 구조조정의 주체인 PEF의 참여의지가 낮다는 문제점이 있다.

올해에는 기존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묶은 P플랜(pre-packaged plan)이 기업회생시스템의 새로운 대안으로 도입됐다. 워크아웃은 회생 기업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채무 유예나 출자전환 등으로 기업을 살릴 수 있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자금지원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의 무임승차를 막을 수 없었다. 이에 반해 법정관리는 모든 채권자의 채권을 강제로 정리할 수 있지만 추가 자금 투입은 받기가 어려웠다. P플랜은 사전에 신규 자금 지원안을 마련한 뒤 법정관리에 들어가 채무조정과 신규 자금지원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시행착오를 경험삼아 비교적 소규모인 경우에는 사모펀드 등을 활용해 민간시장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되 대우조선해양 등과 같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은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주도하는 '투트랙'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민간시장중심 구조조정안 대두

이에 반해 학계에서는 정부개입을 과감히 줄인 구조조정을 주장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경제학) 교수는 지난달 31일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구조조정-당면한 과제와 해법 마련' 정책 세미나에서 STX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사례를 들며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정부-국책은행-대기업의 공적자금 투입과정속에서 각 이해당사자들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자기 이익의 극대화만 추구하는 도덕적 해이 상태에 빠져 있을 유인이 크다"며 "사모펀드나 투자은행 등 민간이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만 하지 말고 과감히 이들에게 구조조정 권한을 부여해 자본시장이 성장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은 "장기가 고장 났는데(기업이 부실화됐는데) 환부를 고치지 않고 혈액(공적 자금)만 공급한다(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위 정책세미나 토론중 발언)"는 일갈처럼 정부라는 오래된 의사가 예전만 못한 실력으로 이 눈치 저 눈치에 멈칫멈칫하며 대규모 수혈로 환자를 연명시키면서 병을 키우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이라는 젊은 의사는 본격적인 수술을 맡기기에는 왠지 역량이 못 미더워 보인다. 정부와 시장이라는 의사가 협력해서 새로운 구조조정 수술의 역사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표도 결정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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