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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어떻게' 할것인가 ②] "정부위주 지양하고 민간에 맡겨야"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 전문가 인터뷰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민간시장이 미성숙하다? 핑계일뿐
정부주도 성과없어…민간에 맡겨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경제학) 교수

지난해 상반기부터 긴급 구조조정 토론회에서 국책은행 중심의 구조조정 논의가 많이 있었으나 지금은 시장친화적인 구조조정으로 가야한다는 데 합의되고 있다. STX·대우조선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주도 워크아웃이 법원 주도 회생절차보다 성과가 없었다. "규제를 없애려면 규제기관을 없애라"는 밀턴 프리드먼의 언명처럼 정부(금융당국)-국책은행이 구조조정을 주도하면 자신들의 규제권한을 계속 유지하려고 구조조정을 지연할 유인이 크다. 과감하게 민간자본시장에 구조조정을 맡겨야 한다. 민간 전문경영인에게 구조조정 전권을 맡긴 미국의 GM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GM은 구조조정과 회사 리빌딩, 공적자금 회수까지 속속 진행되고 있다.
민간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서 맡길 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가 계속 구조조정을 도맡아서 하다 보니 민간시장이 성장할 기회가 없었다. 바로 맡기기에 불안하면 정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넘어가는 과도기 단계를 로드맵으로 만들어서 정부 주도의 타임라인을 보여줘야 한다.
실업과 지역경제 위축을 들어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회피한다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실업문제는 실업급여 확대를 통해서, 지역경제 위축은 지역경제 활성화 자금지원을 통해서 풀어야 할 문제이지 부실기업에 계속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에 맞는 정책수단을 써야 제대로 된 정책효과가 난다.


"시장 주도가 도덕적 해이 막아줘
日의 시장친화적 사례 벤치마킹을"
현석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연구위원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는 시장실패가 크기 때문에 신속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 정부주도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실무계에서 주장했다. 지금은 시장실패보다는 정책실패가 더 크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은 위험선택자(구조조정을 결정하는 정부 금융당국)와 위험부담자(공적자금을 부담하는 납세자)가 다르다.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 결정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자본시장 중심 구조조정은 위험선택자와 위험부담자를 일치시킴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
IMF경제위기 당시에 정부주도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한 우리와 대비되게 일본은 기업구조조정이 신속하지 못해서 '잃어버린 20년'을 보냈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그 일본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오히려 요즘은 일본이 우리보다 더 구조조정이 상시화돼 있다. 일본은 관치금융의 천국, 은행 중심의 구조조정이 이뤄진다고 알려져 있는데 지금은 아니다. 시중은행 갹출과 예금보험공사 출자로 산업재생기구를 만들었다. 출자한 은행에서는 직원 확충을 안하고 구조조정 전문가를 채용해 독립성을 높였다. 민간 시장전문가가 중심이 된 의사결정 구조이고 정부의 역할은 관련 법안을 만들고 보증을 서는 것이다. 시장과의 마찰을 최소화하려 노력하고 장부가가 아닌 시장가를 활용, 시장 메커니즘 작용을 최대한 활용한다.


"금융감독시스템 자체가 非시장친화적
은행중심으론 강력한 구조조정 못해"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상법) 교수

시장친화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는다. 시험일자가 정해지지 않으면 학생들이 공부하지 않는 것과 동일한 이치다.
우리나라 경제관료는 1962년 경제개발계획 이래 '기업이 부실하면 정부가 들어간다'는 강한 신념하에 부실기업 정리에 전통과 긍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시스템 자체가 시장친화적 시스템이 아니다. 금융정책과 산업정책 측면에서 정부(금융당국)-국책은행-대기업의 먹이사슬이 달콤하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채권자가 채무자를 압박해서 구조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오히려 대형 채무자가
더 큰 소리를 칠 수 있다. 부실기업이 발생하면 곧바로 금융기관의 지역본부장이 달려간다. 단순히 부실기업과 거래하는 지점의 실적뿐 아니라 지역본부장 실적까지 다 영향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행이 중심이 돼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지 못한다. 자연히 한계기업이 수적으로 증가하고 한계기업 부채도 증가한다. 채권자가 자기권리를 주장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채권자가 부실기업을 털어내는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는 위험 부담하는 조직아니다
정부만 쳐다보는 민간의식도 바껴야"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구조조정 들어간 기업은 아픈 사람이다. 돈은 혈액이다. 혈액만 공급한다고 해서 병이 낫지는 않는다.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은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만 말했지 장기를 정상화할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다. 사업이 잘 못돼서 돈을 못 벌지 돈을 못 버니 사업이 잘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고 한국은행에 공적자금을 대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이야기이다.
민간부문도 정부 못지않게 문제가 많다. 구조조정회의에 가보면 "청와대에서 내려 온 이야기 없느냐"하며 반문한다. 민간부문도 알게 모르게 정부에서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불안해한다. 정부의 결정에 의존하려 드는 사회 전체적인 문화를 바꿔야 한다.
GM 구조조정 사례를 보더라도 전문경영인이 확실한 경영철학과 비전을 갖고서 경쟁력 있는 부문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접는 강력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산업을 이해하고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을 선임해야 한다.
국책은행의 지배구조를 바꾸면 정부-국책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을 잘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고양이 식성을 바꾸겠다는 생각이다. 현재는 정부가 위험을 부담하는 중간적인 단계이지만 정부는 위험을 부담하는 조직이 아니다. 위험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곳은 민간이다. 민간 사모 펀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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