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가 세계 주요 43개국 가운데 3번째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한은 자금순환동향 통계의 가계부채(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포함)는 지난해 말 1565조8100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빚을 못 갚아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 중 57%가 중산층이라고 한다. 간과할 수 없는 일은 중산층 몰락의 주범은 ‘부동산 한파’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빚을 얻어 집을 장만한 중산층이 집값 폭락으로 부채 수렁에 빠진 까닭이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고 있다지만, 미국 금리가 또 오를 전망이어서 언제 집값 폭락이 있을지 불안감을 씻을 수 없다.

'논어’의 가르침을 되새겨야겠다. 자장(子張)이 스승 공자에게 여쭈었다. “무엇이 백성에게 은혜로우며, 또 낭비하지 않는 것입니까(何謂惠而不費).” 공자는 대답했다. “백성들이 이롭게 여기는 것을 근거로 그들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로 인도하는 바, 이것이 백성에게 은혜롭되 낭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因民之所利而利之 斯不亦惠而不費乎).”

특히 서민들의 가계부채는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킨다. 자칫 잘사는 10%와 가난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90%의 빈민을 양산할 수도 있다는 극단적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9 대1 의 사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긴 국민 절반이 자신을 하층민으로 여긴다고 하니 여간 심각한 게 아니다. 우리 사회의 중산층 복원이 시급함을 뜻한다. ‘순자’는 일찍이 고루 잘사는 세상을 꿈꾸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백성들이 여름에는 더위의 피해를 입지 않고, 겨울에는 추위에 얼지 않게 하며, 급할 때는 힘을 상하지 않게 하고, 태평할 때 농사 시기를 놓치지 않게 하며, 일이 이뤄지고 공이 세워지게 하는 것은 바로 상하가 함께 잘살기 위함이다(使民夏不宛喝 冬不凍寒 急不傷力 緩不後時 事成公立 上下俱富).”'관자’ 또한 “재산이 늘어 백성이 풍요로우면 예절을 알고, 백성이 즐겁고 편안하면 나라의 정치가 흥성한다(積貨豊民知禮節 逸樂平安政治興)”고 가르쳤다.

정부가 제시한 중산층의 기준은 연봉 55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최소 6000만원 이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성장에 힘쓰되 그 과실이 국민 전체에 골고루 나눠지도록 해야겠다. 중산층 몰락은 가족해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는다. 웃음이 사라지는 국민, 희망을 보지 못하는 가정에서 어떻게 나라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