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팀 홍보영 기자
[일간투데이 홍보영 기자] 휴대폰 기본료 폐지 문제를 놓고 정부와 업계 간 신경전이 팽팽하다. 좀처럼 벌어진 이견이 좁혀질 줄 모르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은 뒷전으로 물러난 형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들의 경제 부담을 덜어주고자 하는 차원에서 휴대폰 기본료 폐지 등 통신료 인하 정책을 약속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는 2G, 3G 가입자들의 기본료를 폐지한 뒤 4G LTE 가입자까지 대상을 넓혀 통신비 인하를 끌어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실제 업계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사뭇 달랐다. 업계에서는 "기본료를 폐지하면 수조원의 적자를 보게 된다"며, "통신요금을 일괄적으로 1만1000원씩 인하하라는 것은 사업을 접으라는 말과 같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에서는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미래창조과학부에 휴대폰 기본료 폐지와 관련한 방안 마련을 촉구했지만, 이개호 경제2분과위원장은 미래부 보고 후 기자들에게 "진전된 안이 나왔지만 아직 미흡하다"고 귀띔했다.

통신사의 반발에 맞서 시민단체들은 기본료 폐지를 압박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전 사용자가 아닌 2·3G 사용자에게만 기본료를 폐지해주는 것은 공약 후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휴대폰 기본료 폐지 등 작은 일에 골몰하느라 정작 '4차 산업혁명' 실현이란 과업 달성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긴다.

4차 산업혁명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통신사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자율주행자동차나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꽃은 초고속 통신망의 터 위에서 실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료 폐지를 비롯한 통신요금 인하 요구로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의문이다.

재계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 추진 속도가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국정기획위와의 간담회에서 "큰 그림으로 보면 지금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고 쓴 소리를 했다.

중국에 '수박을 잃고 참깨를 줍다'는 속담이 있다. 자칫 작은 일에 몰두하느라 큰일을 놓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현실과 이상 사이, 최적의 접점을 찾기 위해 새 정부의 다(多)방향 소통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