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 교수
비정규직 문제는 성과급 전환·노동 유연화 등 다방면 고려해야
중소벤처기업 육성해 일자리 창출하려면 대기업 투자 규제 풀어야

▲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 교수는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출자제한·지주회사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대기업이 매입해 자금이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 교수. 사진=윤창현 교수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영학) 교수는 정부 개입보다 시장중심의 자율적인 경제 운영을 강조하는 보수적인 학자로 꼽힌다. 지난 7일 예금보험공사 6층에 마련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민간위원장 사무실에서 만난 윤 교수는 새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서 이전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는 많이 정제돼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기업의 비용 상승 부담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윤 교수는 경제활성화를 위해서 새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민간 기업과 협력 창구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새 정부에서 추진하는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출자제한·지주회사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성장하는 스타트업 기업을 대기업이 매입해 자금이 선순환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지났다. 새 정부의 지난 한달을 평가한다면

- 이전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는 상당히 균형적이고 정제돼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개발시기를 '기회주의가 득세하고 정의가 패배한 시대'로 규정해 보수층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노무현 정부가 시행착오한 경험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는 자극적인 표현을 자제하는 것 같다.

▲ 문재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명했고 첫 민생행보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 직원의 정규직화를 이끌어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이제까지 임금이며 기타 부가 복지비용이 낮았던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면 인건비가 상승한다. 현재 비정규직 재직자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누군가는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 예전 금융연구원장 재직 시절 경험을 떠올려 보면 우리나라의 연공급 구조에서는 일단 정규직화 되면 해마다 임금이 상승하게 돼 있다. 늘어난 비용은 다른 사업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대 국민 서비스가 떨어질 수도 있고 신규채용을 줄일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조세 인상으로 충당해야 한다. 결국은 국민이 그 비용을 부담한다. 민간기업도 정규직 전환으로 늘어난 인건비 부담으로 국제경쟁력이 많이 떨어질 것이다.

▲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전 정부에서 추진했다가 새 정부 들어서 폐기될 것으로 보이는 성과급제를 발전적으로 승계해야 한다. 성장률이 10%에 육박하던 과거에는 해마다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을 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률이 3%도 안 돼 합리적인 직무평가를 통해서 성과에 비례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 해외 사례중 새 정부가 벤치마킹할 만한 것이 있는가.

- 독일의 하르츠 개혁(Hartz Reforms)을 눈 여겨 볼만하다. 하르츠 개혁 또한 중도좌파인 슈뢰더 수상 재직 시절에 추진됐다. 노동유연화와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독일은 현재 5% 내외의 낮은 실업률, 70% 고용률이라는 안정적인 고용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출경쟁력을 확보한 독일 기업이 현재 유럽시장을 휩쓸고 있지 않은가.

▲ 새 정부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함으로써 재벌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강조하고 있는데

- 재벌 대기업 회장 개인의 부정과 회사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 회장 개인의 부정과 비리는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회사에 대한 평가로 연결돼서는 안된다. 회사는 회사 자체의 실적과 과오로 평가받아야 한다.

▲ 새 정부의 대기업 정책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새 정부는 대기업을 규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채찍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 같다. 기업인들이 의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당근을 많이 제시해야 한다. 당근은 없으면서 채찍질만 하면 국내에 남아 있을 기업 많지 않다.

▲ 대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사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 대표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이다. 지주회사 전환은 복잡한 순환출자를 정리하고 법외의 영향력을 행사하던 재벌 대기업 회장을 제도권내에 있게 함으로써 경영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했다. 그런데 새 정부 들어서 지주회사 요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면 지주회사 전환을 기피해 과거와 같은 음성적인 경영으로 회귀할 위험이 높아진다.

▲ 새 정부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육성정책과 관련해서 조언한다면

- 기업은 성장단계에 따라서 창업자형, 전문경영인형으로 필요한 CEO유형이 다르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사람은 계속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키워서 팔고 그 판 돈으로 다시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나간다.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대기업은 그러한 신생창업기업을 흡수함으로써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이 신생기업을 인수하면 출자제한 규제며 '문어발 확장'이라는 비판에 투자가 위축돼 앞서 말한 자금의 선순환을 이뤄낼 수 없다.

▲ 그 밖에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점

- 새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경제활성화가 선행돼야 한다. 경제활성화는 정부 단독으로 할 수 없고 민간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의 여파로 기업도 잔뜩 움츠러 들었고 정부도 기업과의 접촉을 꺼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과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기업은 더 자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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