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
기업별 격차·비정규직 임금·복지 차별 근본 원인으로…
정부‚ 정책의지 갖고 대기업 중심 구조개선 추진해야

▲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중소기업 육성과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현재 대기업에 종속되다 시피한 중소기업의 '전속거래' 관행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새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중소기업 육성과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현재 대기업에 종속되다 시피한 중소기업의 '전속거래' 관행에 대한 개혁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원가를 사전에 통제하는 현재의 시스템 아래에서는 중소기업이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서는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며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복지 차별 등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국책연구기관에 소속된 신분으로 직접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정부가 강력한 정책의지를 갖고 이제까지 불공정했던 거래관행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새 정부의 지난 한달간의 경제정책을 평가한다면

- 이제까지 대기업에게 유리했던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사회 전체의 조화와 균형이 달성되도록 만드는 여러 가지 개혁작업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경제개발과정에서 정부가 대기업 중심으로 정책을 펴다 보니 경제구조가 이렇게 된만큼 새 정부에서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이제까지의 역사적 경험을 거울삼아 앞으로 '공정한 경쟁의 룰'이 확립되는 경제구조를 만들었으면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은 업무지시 1호로 일자리창출위원회 설치를 명하는 등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해소를 정책주안점으로 두고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는 단순히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들이나 대기업들이 행정명령과 규제에 따라서 비정규직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일시적으로 문제가 개선되는 것 같더라도 경제의 근본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음성적인 방법으로 그 격차는 해소되지 않은 채로 잔존하게 된다.

▲ 우리 경제가 처한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 오늘날 우리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다. 대기업, 1차 협력회사, 2차 협력회사 등을 조사해보면 외형적으로는 매출이 증가하는 것 같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영업이익률의 차이가 크다. 대기업이 전속거래를 통해서 막대한 영업이익률을 얻는 만큼 협력 중소기업들은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다.

▲ 전속거래의 폐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 대기업에서 납품 중소기업에게 임금을 포함한 원가를 통보한다. 전속거래를 하는 협력 중소기업은 그 원가 이상으로 임금을 지급할 수가 없다. 추가적인 임금 지급을 하려면 자신의 이윤을 희생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임금을 지급하면 대기업에서는 해당 기업이 이윤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납품가 인하 요구를 한다. 전속거래가 워낙 확고한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는 기존 납품 기업 이외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할 수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명목상으로는 중소기업이 임금을 결정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기업이 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 이러한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문제의 해소를 위해서 외국의 사회 대타협 사례가 자주 거론되는데

- 우리나라에서 소개되는 외국의 사례가 한 둘인가. 현 정부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참여 정부 시기에는 네덜란드 '폴더' 모델 연구가 많이 됐고 보수 쪽에서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이 참고사례로 많이 언급된다. 외국에서 성공했다고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우리나라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다. 외국의 모델들이 성공한 기업문화·산업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 법 제도등과 조응되고 마찰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지 면밀히 살피고 나서 시행해야 정책효과가 높다.

▲ 새 정부는 경제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 대기업에 대해서는 규제를 강화하고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하는 등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에 주력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재벌들은 이제는 국내 매출보다 해외 매출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그래서 국내 투자에는 한계가 있다. 투자를 하더라도 대부분 자동화된 공장이어서 고용창출 기여도도 그리 높지 않다. 새로운 투자와 고용의 창출은 중견·중소기업에서 기대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말한 대로 현재 대기업과의 전속관계에 묶인 중소기업들의 독립성 제고와 해외수출 확대를 위해 법과 세제·금융 지원을 해줘야 한다.

▲ 그밖에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은

-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미국에서 닷컴 붐이 일 때 우리도 이를 벤치마킹해서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했다가 벤처거품 논란을 겪은 경험이 있다. 새 정부는 단기간의 실적에 매달려서 설익은 벤처 육성정책을 내놓기보다는 과거의 경험과 엄밀한 산업구조 조사를 통해 장기적인 산업구조전환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그리고 우리 경제 문제의 근원인 전속거래 문제도 강력한 정책의지를 갖고 개선하기 바란다. 앞선 보수정부에서도 그 폐해를 조사를 통해서 인지하고도 개혁에 망설이다 그 병폐를 더욱 키웠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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