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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환 칼럼] 개혁의 길은 험하다언론인
  • 일간투데이
  • 승인 2017.06.18 14:31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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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이 밝아오고 노고지리는 우짖는데 “재 너머 사래 긴 밭은 언제 갈려 하느뇨”하는 시구절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5·9대선으로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조각(組閣)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탄핵사태로 인수위가 없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인사에 시간과 정력을 써야 하나라는 의문이 나온다. 게다가 인사청문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들은 대부분 결함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금간 도자기나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이 정부 부처의 최고 지휘감독자로서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文정부 발목잡는 ‘5분의3 조항’

청문회 운영 역시 개혁의 대상이다. 공직후보들의 도덕성에 치중한 나머지 가장 중요한 덕목인 정책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사생활 문제 등 자질·도덕성 검증은 가급적 비공개로 할 필요가 커졌다. 상식적인 기준에서 자질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후보를 낙마시키는 실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현재의 청문제도는 보다 실용적인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청문회 악용경향도 문제다. 많은 의원들이 진실의 발견보다도 자기선전에 치우치는 질문행태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국민들은 후보자의 답변을 듣고 싶지만 의원들의 장광설 때문에 답변시간이 너무 짧다. 청문회장은 국회의 위력을 보여주기 위한 곳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의 자기자랑 무대도 아니다. 또 이번 청문회에서 현역의원 출신들은 무난히 청문회 허들을 통과했는데 이것 역시 동업자(?)들의 봐주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조각이 늦어지는데다 여소야대의 국회구조 때문에 개혁도 순조롭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새누리정권 시절의 국회를 갖고 일을 하려니 도처에서 막힐 것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를 동시에 실시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정권의 안정을 위해 여당에 표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프랑스 선거가 좋은 예다. 동시선거는 아니지만 대통령 당선 직후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신당은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한국에서도 만약 지금 총선을 실시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120석의 여당인 민주당이 200석을 넘는 대승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 ‘청문회 운영’도 개혁의 대상

어렵사리 정부구성을 마치더라도 현재의 국회제도로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수행이 결코 쉽지 않다. 검찰개혁 하나만 하더라도 그렇다. 검찰개혁의 하나인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는 국회입법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다. 그런데 제1야당인 한국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의 국회법대로 하면 여야합의가 없는 경우에는 국회의석 5분의3 이상 찬성을 얻어야만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 이 조항은 국회 내에서의 여야충돌로 인한 폭력사태가 국민의 지탄을 받고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자 이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만들어낸 자구적 궁여지책이다. 5분의3이라는 조항은 효율적인 국가운영을 막는 입법산성(立法山城)으로서 시급히 철폐되어야 한다. 이것이 버티고 있는 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이 장벽을 넘어서려면 또다시 광화문에서 대대적인 촛불을 밝혀야 하는데 정치적 대중동원에는 반작용도 따르는 법이어서 정치혼란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런 비효율적 장벽은 말할 것도 없이 여야 정치인들의 민주적 소양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과반수를 가진 쪽에서 다수결 원칙만을 무기로 하여 밀어붙이려고만 하는 것이 문제다. 이는 여야관계를 불구대천(不俱戴天)의 관계로 만들고 국회의사당을 격투장으로 변질시킨다. 이것은 여야의 협상력과 정치력 부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좀더 파고 들어가면 현재의 정치제도의 결함과도 맞닿아 있다. 즉 중앙당이 국회의원 공천권을 쥐고 정치생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목숨을 건 충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게다가 여당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친위대로 변질되어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박근혜-새누리당 정권의 경우가 가까운 실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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