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어른의 부재-. 안타까운 일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법무부장관 후보자였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의 ‘추락’은 단적인 사례다. 서울대 법대학장 출신으로서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국가인권위원장까지 지낸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처참하게 무너졌다. 개인적 불명예를 넘어 우리 사회 지식인의 ‘두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참담한 마음이다.

그럼 지식인, 곧 동양적 대인군자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할까. “군자는 세 가지 다른 모습이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근엄하고, 가까이 보면 온화하며, 그 말을 들으면 바르고 엄숙하다.(子夏曰 君子 有三變 望之儼然 則之也溫 聽其言也厲)”

자하가 스승 공자를 비유해 한 말이다. ‘논어’에 소개돼 있는 큰 스승, 세상의 어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내용이다. 절제된 근엄함이 있지만, 정작 가까이 대하면 자상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며 구수한 말씨와 좋은 눈빛을 지닌 분! 그러면서 올곧은 삶에 배어 있는 지혜의 통찰이 주는 울림들….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한탄이 들려온 지 오래다. 제법 존경 받는 사회 명사의 부고에는 으레 애도가 뒤따르게 마련이지만, 최근 몇 년 새 그 물결은 열기의 과잉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사회의 큰 어른이란 한낱 미디어 우상화의 소산이자 전근대적인 발상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 안 한 인물이 없어 장관 후보자 하나 지명하지 못하는 사회’가 어른이 없어도 좋은 민주적이고 현대적인 사회의 모습일 수는 없다. 각자가 사회의 작은 단위에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과 공공의 영역에서 롤 모델이 되어줄 큰 어른을 갈구하는 바는 양립 불가능한 게 아니다.

그럼 사회의 존경 받는 어른이 예사 사람과 달리 갖춰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 ‘논어’는 이렇게 말한다. “군자는 크게 포용하는 덕을 생각하는데 소인배는 땅을 생각한다. 군자는 준법을 생각하는데 소인배는 은혜 받기만을 생각한다.(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禮)”

고령사회, 다문화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어른의 존재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어른이 나서서 세대·계층·문화 간 갈등은 물론 정당과 이념 간 충돌도 조정해야 한다. 진정으로 어른이 필요한 시대다. 현실은 아니다. 많이 배우고 힘 좀 있다는 지도층 인사들이여, 삶의 무게에 짓눌리면서도 세상을 밝게 살려는 이 땅의 선량한 국민들을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라. 국민은 좌절감 속에 분노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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