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욱신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국제 반도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도시바의 메모리부문 매각이 한 주 연기됐다. SK하이닉스를 비롯, 인수전에 참여한 업체들은 그만큼 더 피말리는 시간을 보내게 됐다.

SK하이닉스는 사업 성격이 이질적이었던 두 회사가 하나로 강제통합 되면서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은 하이닉스를 인수해 부활에 성공시킨 경험이 자산이다. 원전사업 손실로 덩달아 부실화된 도시바 메모리 부문을 재생시키는 데 상당한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로서는 업계 2위의 위상을 갖고 있는 D램 부문에 비해 업계 1위 삼성전자에 크게 못 미치는 낸드 플래시에서 3위 업체인 도시바를 인수해 단숨에 강력한 경쟁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요소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 컨소시엄과 대만 홍하이는 2차 입찰에서 도시바가 평가하는 가치 2조엔을 상회하는 2조 수천억엔을 제시하며 원전사업 손실보전으로 한푼이 급한 도시바의 입맛을 잔뜩 올려놓았다. 브로드컴은 도시바의 시설과 인력을 유지할 의지가 약해보이고 홍하이는 중화권으로의 기술 유출이 우려돼 일본정부가 마뜩챦아한다는 점이 위안이다.

여기에 도시바와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을 운영중인 웨스턴 디지털(WD)은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매각작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지난달 국제 중재재판소에 분쟁 조정을 요청한 데 이어 이번엔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매각 중단 명령을 요청하는 등 소송전도 불사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한미일 연합에 참여함으로써 자금부담은 덜고 실탄 확보를 강화해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연합 인수가 성공하더라도 낮은 지분과 합작사인 WD의 반대로 기술확보가 쉽지 않아 '빛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본의 전국시대를 최종적으로 마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와의 공수동맹으로부터 전국 통일의 발판을 마련했다. 말이 동맹이지 실상은 주종관계에 가까웠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자이다.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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