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67년전 이 땅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참화가 있었으니 6·25 전쟁이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당시의 참혹한 실상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기적과 같은 번영을 누리고 있다. 과거 역사를 사실로만 배우는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아니 지금의 기성세대에게도 잊어서는 안 될 민족의 비극이기에 그 날을 다시 보고자 한다.

6.25 전쟁은 1950년 6월 25일부터 1953년 7월 27일까지 3년 1개월간 지속된 전쟁이다. 6월 25일 일요일 새벽 4시, 모두가 잠들어 있는 시각에 북한 인민군은 남침했고 4일 만에 서울을 점령했으며, 3개월 만에 대구, 부산 등 경상도 일부를 제외한 남한 전 지역을 장악했다.

■ 이승만 승부수로 탄생한 한미동맹

당시 이승만정부의 신성모 국방장관은 전쟁이 발생하면, 점심은 평양에서 먹고 저녁은 신의주에서 하겠다고 아무 근거 없는 호언장담을 했는데, 허장성세(虛張聲勢)에 불과했다. 미군이 주축이 된 유엔군이 9월 15일 인천에 상륙하고, 9월 28일 서울을 탈환했고, 10월 13일 평양을 점령했다. 10월 26일에는 한국군 일부가 압록강 근처 초산까지 진격했다.

그러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1951년 국군의 1.4 후퇴가 이뤄졌고 서울을 다시 적에게 내주었다. 3월 15일 서울이 다시 수복됐으나, 이후 전쟁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시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차제에 만주를 폭격하자고 했으나,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맥아더의 전쟁확대론이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봐 맥아더를 해임했다.

전선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뀐 상황이었지만, 미국과 소련은 휴전을 원했다. 대통령 이승만은 전 국민을 지옥으로 몰아넣고도 아무 성과 없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휴전을 반대했다. 그 반대는 정당했다. 특히 그는 미국과 동맹관계가 없는 가운데 이뤄지는 휴전은 대한민국에 대한 사형선고로 생각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과는 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도 우리와의 조약체결은 거부했다. 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이 거부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배제한 채 휴전협상이 진행되자, 이승만은 반공포로석방의 승부수를 던진다. 북한으로의 송환을 거부한 반공포로를 북한에 되돌려 보낼 수 없다면서, 포로송환협정을 무시하고 2만7000명의 반공포로를 석방했다.

이에 경악한 미국은 한미상호안전보장조약 체결, 경제원조, 한국군 증강 등의 조건으로 이승만을 무마시켰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8년 재임 중 자다가 일어난 것은 처음이었다고 술회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체결은 이승만의 작품이었다고 봐야 한다.

1953년 7월 27일 유엔군과 북한 인민군 사이에 휴전협정이 조인됨으로써 마침내 전쟁은 끝나고 휴전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6.25 전쟁은 남북 양측에 약 150만 명의 사망자와 360만 명의 부상자, 1000만 이산가족을 냈으며, 전 국토는 잿더미로 변했다.

■ 현실 외면 ‘자강’ 강조…美 불신 증폭

당시를 회상하며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고귀한 ‘희생’이 있다. 지구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작고 힘없는 낯선 나라에, 사랑스런 가족을 다시 보지 못할 위험한 곳임에도 군대를 파견해준 16개 국가(의료지원 5개국)의 고마움이다. 유엔군은 194만 여명이 참전해, 5만 8천여명이 전사했다. 이 중 미군은 179만 여명이 참전했고 3만 7천여명이 전사했으니, 미국은 실로 엄청난 희생을 감수했다. 이웃의 불행이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국제사회도 마찬가지다. 6.25 전쟁은 일본에게 경제부흥의 기초를 마련해 주었고 군비구축의 명분까지 줬다. 1950년 일본은 ‘경찰예비대’를 창설했고 1954년 지금의 자위대로 발전하게 된다. 일본은 일체의 전쟁을 포기하고 군비를 금지했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은 일본헌법 제9조의 평화헌법조항을 개정하려고 하며, 직전에 와 있다.

2010년부터 대한민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이 되면서, 원조하는 나라가 됐다. 6.25 당시 세계 언론은 “이 나라는 희망이 없고, 내일이 없다”고 보도했지만, OECD 국가 중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위상이 바뀐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침략적 전쟁을 금하므로 자위전쟁은 가능하나, 전쟁은 이유 불문하고 사전에 절대적으로 억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존립보장을 놓고, 동맹파와 자주파로 대립한다. 한미동맹이 북한의 침공을 막아준다고 자강 없이 미국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고 자강만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키는 국방·외교는 우리의 위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일이다.

김학성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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