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지 경제산업부 기자
[일간투데이 임현지 기자] 상식의 파괴인가? 지난달 BBQ가 가격을 올려 치킨 2만원 시대를 열었을 때 이 가격이 다시 내려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업계 특성상 누군가 스타트를 끊으면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인상하는데다 한번 뛴 가격이 내려가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KFC가 가격을 인상했고 교촌치킨도 이달 말부터 가격을 6∼7%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나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업계가 오히려 가격을 내리는 이변이 일어났다. 중견업체인 또봉이통닭과 '회장 성추행 리스크'에 시달린 호식이두마리치킨에 이어 업계 2위인 BHC까지 가맹점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한시적 가격 인하를 발표한 것이다. 인상을 코앞에 뒀던 교촌치킨도 가격 동결을 선언해 BBQ는 '나홀로 인상'을 단행한 꼴이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출범한 공정거래위원회가 BBQ의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 관련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결국 지난 16일 BBQ는 최대 2000원 이상 올렸던 가격을 인상을 전격 철회했다.

BBQ는 가격 하향 조정 요인으로 가맹점과의 상생과 물가안정을 꼽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임대료와 인건비 등 비용 상승으로 불가피한 결정이라던 지난 가격 인상의 타당성이 의심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정위는 물가관리기관이 아니라며 현장조사는 BBQ가 가맹점에게 판매 수익의 일부를 광고비 명목으로 거둬가겠다고 통보한 것에 대해 가맹사업법 위반을 확인하기 위함일 뿐 가격결정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BBQ는 지난 3월 가격 인상을 시도했다가 농식품부의 압박으로 철회한 바 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부터 두 번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고 이번엔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다시 가격을 내려 정부 눈치 보기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치킨을 국민간식이라고 칭송하며 사랑을 보내왔다. 그러나 업계는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 조정 요인과 정부 잣대에 오락가락하는 등 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바닥까지 추락한 이미지가 일시적으로 가격을 내린다고 금세 좋아질리 없다. 임시방편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진정성 있는 해결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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