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연합, 도시바 메모리 부문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낮은 지분율·기술 수준 우려…양사간 시너지 효과 기대 많아

▲ SK하이닉스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SK하이닉스가 사상 최고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 호황 속에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 몇 달 간 국제 반도체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일본 도시바 메모리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매각되게 된 것이다.

일본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한국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 협상은 오는 28일 최종합의되며 내년 3월 말까지 매각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 컨소시엄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을 비롯해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와 국책은행 일본정책투자은행, 한국 SK하이닉스로 구성됐다. 단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 심사에 걸리지 않도록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사업 손실로 부실화된 도시바는 지난 4월 반도체 사업을 분사, 적당한 매수자를 물색해왔다. 그동안 미국 반도체업체 브로드컴 컨소시엄과 대만 홍하이정밀공업(폭스콘), 웨스턴 디지털(WD),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이 치열한 인수전을 펼쳤다.

브로드컴 컨소시엄과 홍하이는 앞서 지난달 2차 입찰에서 도시바가 자체 평가하는 가치 2조엔을 상회하는 2조 수천억엔을 제시하며 원전사업 손실보전으로 한 푼이 급한 도시바의 입질을 당겼다. 하지만 브로드컴은 도시바의 시설과 인력을 유지할 의지가 약했고 홍하이는 중화권으로 기술 유출이 우려돼 일본정부가 매각에 부정적이었다.

여기에 도시바와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을 운영중인 웨스턴 디지털은 한편으로는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다른 한편 매각작업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제 중재재판소 분쟁 조정과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매각 중단 명령을 잇달아 요청하는 소송전을 펼치며 도시바와의 신경전을 벌였다.

SK하이닉스는 입찰전이 치열해지면서 자금부담이 심화되자 한미일 연합에 참여함으로써 자금부담은 덜고 실탄 확보를 강화함으로써 인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번 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로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 SK하이닉스는 D램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를 점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부문에서는 상대적인 열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IHS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6.7%로 확고부동한 1위다. 도시바가 17.2%로 그 뒤를 이었고 ▲웨스턴 디지털(15.5%) ▲SK하이닉스(11.4%) ▲마이크론(11.1%) ▲ 인텔(7.4%) 등의 순이었다.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 한 배를 타게 됨으로써 D램에 이어 낸드 플래시에서도 차석을 확보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사물인터넷(IoT) 등의 저장장치로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SSD 시장에서 한발 더 우월적인 지위를 갖게 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미·일 연합의 일원이 되면서 차지할 수 있는 도시바 지분이 15% 정도에 불과할 것이고 도시바의 3D 낸드플래시 기술 수준이 예상보다 떨어져 노하우 측면에서는 얻을 게 별로 없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도시바와 합작중인 웨스턴 디지털이 기술 사용을 용인할지도 의문스럽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처음으로 낸드플래시를 상용화한 도시바의 원천 기술 개발 경험과 최근 자체적으로 차세대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펼쳐 보일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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