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철 언론인

국민의 여망을 안고, 공정사회 구현을 위해 힘차게 내 딛었던 새 정부의 개혁 행보에 제동이 걸렸다.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의 중도 낙마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무리한 임명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런 식의 인사를 강행한다면 적폐청산의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80%대의 높은 지지율로 개혁의지를 불태웠던 문재인 대통령이 안경환 후보사태로 72%까지 하락한 이유가 무엇인가.

새 정부의 국정 청사진에 실업문제, 부패척결,​ 국가안보 등이 우선순위의 상위에 있다. 이 모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정책들이다. 탈세를 막아야 세수를 증대시킬 수 있다. 강 장관이 딸들의 증여세를 납부한 것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다. 주택구입후 3개월 이내에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법에 적시돼 있다. 딸들이 주택을 구매한 시기는 2014년이니 분명히 탈세를 한 것이다. 지난호에서 필자는 "나라에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니 도둑들만 철저히 잡으면 국가예산은 모자람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세가 바로 그 도둑중 하나다.

■ 무리한 인사강행…개혁행보에 제동

우리나라의 심각한 병폐는 다운계약서나 상속세, 증여세 등을 이용해 야비하게 세금을 회피하는 대부분의 ‘나쁜 사람들’이, 돈 많고 권력 있고 배운 바 있는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란 점에 있다. 그 점이 취업전선에서 허덕이는 젊은이들이나 요행이 취직을 했다 해도 아예 탈세를 해볼 여지조차 없는, 쥐꼬리 봉급생활자들에게 심한 박탈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온 이러한 적폐를 뿌리 뽑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고자 국민이 촛불을 들고 혹한의 광장에서 겨울을 견뎌냈고 이 정부를 탄생시켰다. 새 정부의 제 1 슬로건 또한 적폐청산이었다. 그런 정부가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인사를 강행한 것이다. 권력과 돈 있는 자들의 비리를 조장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위장전입' 또한 마찬가지다. 돈과 권력의 세습이다. 국민 어느 누구도 자식을 원하는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회질서를 혼란시키지 않기 위해 법을 준수하고 있는 것이다. 돈과 권력의 힘을 빌어 타인의 기회를 밀어내고 자기 자식만의 출세와 영달을 꾀하는 사람이 공직에 앉을 자격이 있는가. 꼭 그 사람이어야 하는가. 이 나라에 인재가 그렇게 부족한가. 야당의 반대를 '발목잡기'로만 매도해서는 안 된다. 협치 이전에 신뢰의 문제다.

■ 협치위해 野목소리도 귀기울여야

문재인 정부에 무한신뢰와 응원을 보내고 있는 국민의 여망을, 켜켜이 쌓여온 망국적 관행들을 타파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바람을 무시하고 있다. 서민에게 박탈감을 조장해 다시 또 촛불을 들게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면, 지난겨울 그 촛불의 교훈을 깊이 새겨 야당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야당의 주장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 만이 아닌 것도 분명히 있으니 소통과 협치를 위해 귀담아 들을 것은 들어야 할 것이다.

"권리의 진정한 근원은 의무이다." 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가 남긴 교훈이다. 국민이 온 힘을 모아 만들어준 권력을, 국민으로서의 기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눠 주는 것은, ​착실히 세금을 납부해온 대다수 가난한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까?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