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경기 불황과 미증유의 안보 불안이 중첩되는 요즘 우리나라는 국난(國難)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마땅히 정부와 국회가 앞장 서 활로를 열어야 한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강행으로 국회 파행이 진행됐다.

원내대표 간 회동으로 22일부터 정상화됐다. 문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문재인 정부를 이끌어갈 기초인 정부조직법 등의 처리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불안정한 정상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추경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시각차가 상당하다. 추경안을 놓고 여야 간 ‘2라운드’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 국정이 제 궤도를 찾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27일 종료되는 6월 임시국회는 물론, 7월 임시국회도 공전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서는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실업 극복을 위한 추경 처리만 험로가 예상된다. 추경은 타이밍을 놓치면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여야 협치로 경제·안보 활로를 열어야 할 중차대한 시기에 시간을 허비해선 안 된다.

근로는 국민의 의무이다. 아니 일하고자 할 때 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기도 하다. 일할 수 있는 직장, 곧 일자리는 국민 생계와 직결돼 있기에 그렇다. 일자리는 마땅히 정부가 정책적 최우선순위를 두고 마련해야 할 과제다.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11조2000억원의 추경을 공식화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공공 일자리 81만개를 늘리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물론 추경은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아야 하고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가재정법 제89조는 자연재해와 대량실업, 경기침체 등의 돌발상황이 발생했을 때만 추경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고용상황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위한 추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심각한 지경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청년실업률은 작년 4.4분기에 비해 0.4~0.7%포인트 하락했지만 한국만 0.1%포인트 상승한 10%였다.

물론 좋은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 공공 일자리에 10조원을 모두 쏟아 부어야 할지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재정이 경기 마중물 역할로 일자리가 절로 늘어날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 여하튼 화급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어느 정도 추경은 불가피하다.

문재인 정부 5년을 이끌 18부·5처·17청·4실의 정부조직개편도 큰 틀에서 국회가 뒷받침해야 한다. 물론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조직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조직으로 바꿀 필요는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예산을 절감하고, 중복 기능을 없애며, 효율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조직 개편이 단행돼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 완전 조각(組閣)도 하지 않은 상태다. 집권당인 민주당은 과반 의석수에도 한참 못 미친다. 지혜로운 대야 관계 설정이 요청된다. 야당 또한 국정 동반자로서 경제·안보 등 어려움에 처해 있는 대한민국의 활로를 찾는 데 흔쾌히 동참하는 게 온당하다. 여야 모두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비춰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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